미래에셋 '일감 몰아주기' 이렇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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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5-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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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특수관계인 지분이 많은 계열사와의 무조건적인 대규모 거래 위법"

  • 박현주 회장 포함 시정명령과 43억9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회장 일가의 지분이 90%가 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일감 몰아주기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 골프장과 포시즌스호텔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래에셋 11개 계열사가 골프장과 호텔에서 임직원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행사·연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뿐만 아니라 광고도 했으며 명절 선물 구매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자료=공정위 제공]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임차 운영한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계열사들이 블루마운틴CC와 거래한 규모는 총 297억원이다. 계열사들이 포시즌스호텔과 거래한 규모는 호텔 개장 시점인 2015년 10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총 133억원이다.

두 곳에서 이뤄진 거래금액은 총 430억원에 달한다. 이는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 해당기간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해당한다.

◆손실 감수하고 기존 골프장 회원권 매각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고객을 접대하는 등 일반 거래를 할 때와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그룹이 세운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다른 골프장이나 호텔 사용은 제한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 바우처를 발행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에 배정했다. 골프장 바우처는 사용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그린피 일부를 할인해줬지만 나머지 그린피·카트피·캐디피는 계열사가 지불했다. 호텔 선불카드와 숙박권, 식음권, 스파이용권 등 바우처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행사나 연수를 할 때도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했다. 

계열사의 광고는 골프장 매출 증대 수단으로 이용됐다. 2013년 7월 이를 기획한 후 2015년 이후에도 블루마운틴CC의 수익을 증대할 목적으로 광고 매체를 추가했다. 골프장 진입로와 직원 유니폼, 카트 GPS 동영상, 골프백 택(Tag), 스코어 카드, 홈페이지 배너, 사우나 및 라커룸 PDP(플라즈마 표시패널·벽걸이 TV용 영상 장치) 등의 매체에 계열사 로고, 상품, 조형물 등 광고하는 방식이다.

명절 선물에도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미래에셋캐피탈에 소속된 구매 태스크포스(TF)는 블루마운틴CC 개장 직후인 2013년 추석 즈음부터 임직원과 고객용 선물을 그룹 통합 구매로 변경했다.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한우·수산물 등의 일부 고가 제품을 블루마운틴CC가 공급하도록 했고 2016년 추석부터는 포시즌스호텔을 공급처로 추가했다. 고객용 선물 중 미래에셋컨설팅이 제공한 비율(금액 기준)은 2016년 설 43%, 2016년 추석 39%, 2017년 설 33% 수준에 달한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이 같은 거래를 하면서 미래에셋컨설팅의 요구를 별다른 이의 없이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개입 하에 미래에셋컨설팅의 수익 증대를 위한 의사 결정이 이뤄졌고 이 내용이 계열사에 전달·실시됐다"며 "블루마운틴CC나 포시즌스호텔 접대비 사용분에 대해서는 예산 한도와 관계없이 예산을 추가 배정하고, 손실을 감수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미래에셋대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이어 "명절선물의 경우 미래에셋컨설팅이 공급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다른 공급사들과 달리 입찰이나 선호도 조사, 품평회도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로 호텔·골프장 안정적 입지 구축"

미래에셋은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업 초기의 리스크(위험)를 제거했다. 골프장과 호텔 모두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고정비 부담이 큰 사업 중 하나인 데다 투자금 회수에 오랜 기간 걸려 빠른 시일 내 안정화가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

골프장과 호텔 운영 첫해 계열사 매출 비중은 46%, 그 이듬해는 26%다. 이는 골프장 사업 안정과 주력 사업인 호텔사업의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래에셋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임애신 기자]

블루마운틴CC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절정을 이루던 2016년에 약 72%에 달하는 계열사 매출로 인해 2013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포시즌스호텔 역시 관광산업의 여건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2015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적자 폭이 급격히 감소해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자체 수익사업 비중이 높지 않았던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 시장 진입 후 단기간에 매출액(면세점·카지노 등을 제외한 호텔 관련 사업 부문 매출액) 기준 8위 사업자(2017년 기준)로 성장했다. 회사의 총매출액도 2014년 176억원에서 2017년 11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정 국장은 "계열사 시설물을 신축하면서 미래에셋 계열사가 기존에도 지속했던 거래의 거래처만 변경했다는 점에서 사익 편취를 위해 신규 거래를 창출하는 행위와는 구분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중 상당한 규모에 의한 지원 행위를 단독으로 적용한 최초 사례다. 거래상대방 선정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객관적·합리적 검토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무조건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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