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유산] ①탈권위 리더십…국민 참여·소통 확대로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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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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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임없이 주류 기득권·특권에 저항

  • “노무현 없는 포스트 노무현 시대”

“2002년 여의도. 대선을 준비하던 스타 정치인 노무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묻는 택배기사에게 자세하게 한참을 설명하던 권위적인 것과는 체질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낮은 사람.”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기념 영상의 자막이다.

노무현재단이 만든 약 5분짜리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 특별영상에서는 2002년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권양숙 여사 등과 같이 여의도공원으로 향하던 중 한 택배기사가 노무현 후보인 줄 모르고 길을 물어보자, 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던 당시 현장사진 2~3컷과 이 문구가 영상에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탈권위주의로 대표된다. 인권변호사였던 그는 집권 후 우리 사회 주류의 기득권과 특권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고, 임기 내내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섰다.

본인 스스로 대통령 당선 전부터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2003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청와대 집무실에서 20분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3월 7일에는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1박 2일의 국정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봤던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은 현재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참모진들과의 격의 없는 오찬과 차담회가 대표적인 예다.

1988년 7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 첫 대정부질문자로 나선 초선의 ‘노무현 의원’은 발언을 보면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의원 여러분, 부산 동구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노무현 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기득권 전반의 개혁을 주요 아젠다로 삼은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보듯이 직접 상대방 설득에 나서는 탈권위적, 수평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국민들 간의 이념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3월 ‘국민들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참여정부를 새롭게 정의한다면 좌파 신자유정부”라고 규정했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좌파 정책’이든 ‘우파 정책’이든 상관 않고 시행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드러낸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는 좌우, 진보·보수 진영 모두에게 정치적 공격 빌미를 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른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난은 5년 동안 그를 괴롭혔다.

노 전 대통령은 연평균 7%의 성장률 달성을 약속했지만, 취임 첫해인 2003년 경제성장률은 3.1%로 전년 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후 노동계 시위에 강경 대응을 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했다.

2017년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가 공개한 노 전 대통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정부 구조와 한국사회의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그리고 임기 중 민주주의의 진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는 김 교수가 2008년 12월 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내용을 한 학술지에 게재한 내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3요소로 △권력층의 규범 준수, 즉 법의 지배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 △자유와 평등을 꼽으면서 “민주주의의 진전을 진정으로 원했지만,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진전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뷰 말미에 김 교수가 “나는 내 안에 많은 회의(doubts)와 많은 갈등(conflicts)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또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에 “노무현의 시대가 반드시 올 수밖에 없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응원에 “그런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주기 추도사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노무현 없는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열어냈다”면서 “깨어있는 시민은 촛불혁명으로 적폐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전 국화를 든 한 시민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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