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불완전판매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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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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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제출 사실관계확인서서 드러나

  • 직원이 고객 투자성향 임의작성 시인

  • 판매 불가능한 지점서 가입자 유치도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대규모 원금 환매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디스커버리 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기은은 그간 불완전판매 정황에 대해 사실을 인정해오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은은 WM센터에서만 취급하도록 설계한 이 상품을 일반 지점에서 허술하게 판매했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기은의 '사실관계확인서'에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직접적으로 상담하지 않고 직원이 임의 작성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 확인서는 지난해 11월 8일 서울 강남지역의 기은 모 지점에서 '디스커버리 US핀테크 글로벌 선순위채권'에 3억원을 가입했지만 원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한 79세 고객이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 요청에 따라 상품을 판매한 해당 지점의 VM(VIP Manager)팀장이 작성해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다.

 

[그래픽=아주경제]


해당 팀장이 임의 작성했다고 시인한 자료는 '투자자정보확인서'와 '고령투자자의 투자권유 유의상품 가입 확인서'다. 투자자정보확인서에서 고객의 기본투자성향을 묻는 문항을 자의적으로 작성해 고객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85점)'으로 매겼다. 또 70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받아야 하는 가입확인서에서 '주요 위험에 대한 이해' 등 모든 문항에 '적합'이라고 표기했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46조)과 설명의무(47조) 조항에 위배되는 행위다. 법에 따르면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 시에는 투자자의 투자경험 등 정보를 파악해야 하며, 판매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된다. 이 고객은 펀드에 처음 가입한 고객이었다. 그간 기은의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관계확인서는 기은 본점의 소비자보호부를 통해 금감원에 전달됐다. 기은이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기은은 그동안 이 펀드의 미국 운용사 대표의 사기 행위에 따라 원금 환매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불완전 판매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기은은 자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디스커버리 펀드 설계 단계부터 판매까지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판매가 불가능한 영업점에서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기은은 내부적으로 이 상품을 WM센터 전용상품으로 설계했다. 일반 영업지점에서 취급할 경우에는 WM센터 직원이 지점에 방문해 직접 판매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영업점에서 간이투자설명서를 만들어 지점 직원이 상품을 판매했다. 강남지역의 모 지점에서만 일반 직원이 2건을 판매했다. 전국적으로는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커버리펀드는 장하성 중국대사 동생인 장하원씨가 2016년 11월 설립한 회사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아 일명 '장하원 펀드'로 불린다. 기업은행은 2016년 11월 디스커버리 측으로부터 상품판매 제안을 받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사모펀드투자업)에 등록한 시점인 이듬해 4월 상품을 출시해 'US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와 'US핀테크 부동산 담보부 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에 피해자 구제와 함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과정에 대한 검사, 관련 정보 공개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불완전판매가 아닌, 상품 설계 단계부터 잘못된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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