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목표 사라진 中…역대급 부양책에도 '시계제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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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5-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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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표치 제시 어렵지만 경제 포기 아냐"

  • 적자재정·채권으로 624조원 추가 투입

  • 고용·물가 불안 불 보듯, 리더십 시험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전경. [사진=CCTV 캡처 ]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 제시를 포기했다.

전년 대비 624조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역대급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가 시계제로 상태에 진입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등 민생 불안도 예고돼 있어 공산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성장률 대신 샤오캉·탈빈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올해는 목표치가 나오지 않았다. 개혁·개방 이후 최초의 일이다.

대신 "고용 안정과 민생 보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빈곤과의 전쟁에서 결연히 승리해 전면적 샤오캉(小康·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이 나왔다.

리 총리는 "역외 전염병 상황과 세계 경제 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경제 성장이 예상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에 직면해 양적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게 경제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성장률이 -6.8%로 추락하는 등 최악의 위기 국면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는 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재정지출 규모는 24조785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3.5% 늘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은 3.6%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적자 재정이 3조7600억 위안으로 1조 위안 늘어났다.

대형 인프라 사업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도 3조7500억 위안으로 확대해 전년보다 1조6000억 위안 늘렸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이후 13년 만에 1조 위안 규모의 코로나19 방역 특별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적자재정과 지방채·특별 국채 발행으로 추가 확보한 재원은 3조6000억 위안(약 624조원)이다.

이를 기존 인프라 프로젝트는 물론 5G·사물인터넷·인공지능(AI)·빅데이터·산업인터넷 등 신흥 인프라 산업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증치세(부가가치세) 세율 인하와 양로보험 납입비율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의 감세 및 비용 절감 규모를 지난해 2조 위안에서 올해 2조5000억 위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이 반영된 듯 국방비 증가폭은 둔화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국면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올해 중국의 국방 예산은 1조268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6%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은 7.5%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


◆방역 성과에도 경제위기 자인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이미 예상한 대로 코로나19 방역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리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갑작스레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 경제·사회 발전에 거대한 충격을 줬다"며 "신중국 성립 이후 전염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전염 범위가 가장 광대한 최대의 공공위생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도 하에 코로나19와 인민전쟁을 벌여 우한 보위전과 방역에서 결정적·전략적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영도와 사회주의 제도, 통치 체계가 갖는 강대한 생명력과 우월성이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리 총리는 "국제적으로는 글로벌 산업 사슬과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돼 국제 무역 규칙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역외 유입 압력이 증가하고 산업 공급 사슬의 회복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7가지 위험을 제기했는데 △국내외 수요 감소 △경영난 심화 △위생·방역 허점 노출 △혁신 역량 약화 △중점 분야 개혁 필요 △리스크 증대 △민생 분야 도전 직면 등을 꼽았다.

◆민생 악화 불가피, 사회 불안 어쩌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강조하고 거액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더라도 민생 악화에 따른 민심 동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주석을 비롯한 집권 세력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대목은 실업 증가다. 고용 불안은 사회 불안으로 직결된다.

중국은 올해 도시지역 실업률 목표치를 6.0%, 신규 고용 인구를 900만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0.5%포인트와 200만명 감소한 수치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87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제조업 및 서비스업 침체로 농민공의 일자리도 많이 사라졌다. 실업률이 6%를 훨씬 상회할 수도 있는 조건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대비 0.5%포인트 오른 3.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과 돼지고기, 채소·과일 등 민감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은 올해 탈빈곤 정책에 지난해보다 200억 위안 증가한 1461억 위안의 재정 지원을 하고, 환경오염 방지에도 607억 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

취업 보조금으로 539억 위안을 편성하고 실업보험기금 중 1000억 위안을 활용해 3500만명을 상대로 직업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의료보험 보조금을 1인당 30위안 늘어난 550위안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농민들의 도시 이전 장려금으로 350억 위안을 편성했다.

다만 재정 지원으로 민심 악화를 막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한 중국 소식통은 "성장률 목표치 제시를 포기한 건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올해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 창당 100주년을 맞는 공산당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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