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투자 어쩌나" 머리 싸맨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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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0-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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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교육청 중심 탈석탄 압박

  • 환경단체 개선 요구 수위 높아져

은행들이 ‘탈(脫)석탄’ 투자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중심의 ‘탈석탄 압박’ 움직임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의 개선 요구 수위 역시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탈석탄 이슈를) 과거와 같이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금고 운영권‘을 책임질 은행 선정 과정에 '탈석탄' 관련 가산점을 추가했다. 총 5점 규모의 기여실적 항목에 탈석탄 관련 점수를 포함시켰다. 과거 단 1~2점 차로 당락이 갈렸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이 같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금고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금고지기’로 선정되면 향후 4년간 40조원 규모의 돈을 굴릴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국내 시중은행 중 ‘석탄 투자 중지’를 실천한 곳은 없는 만큼, 단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주요 지자체의 ‘금고 재선정’이 몰린 점도 은행들의 고민을 키우는 대목 중 하나다. 연말까지 금고 계약이 만료되는 지자체는 63곳, 교육청은 5곳이다. 각 지자체들은 새로운 금고 선정 과정에 ‘탈석탄 관련 가산점‘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로선, 탈석탄 선언이 '신규 금고’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에 베팅할 이유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 경우 운영수익 외에도 우량 고객(기관 직원) 확보 등 다양한 부수효과가 발생한다.

환경단체들 역시 탈석탄 관련 압력 수위를 높여가며 이 같은 분위기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린피스 등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 및 주요 민간 금융기관의 탈석탄 투자를 정부와 해당 기관 등에 지속 요청 중인 상태다. 부산환경운동연합도 지난 19일 '탈석탄 투자' 금융기관에 대한 다양한 우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강행했다.

석탄기업 투자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도 지속되고 있다.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등은 앞서 석탄·가스발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에 2조4000억원가량을 지원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비난 공세를 펼쳤다. 이외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만기 연장해준 SC제일은행의 모그룹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서한을 전송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탈석탄과 맞물린 다양한 상황들이 겹치며 은행 외에도 각 금융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지난해 DB손해보험이 국내 민간금융 최초로 '탈석탄 금융사‘를 선언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진 ‘탈석탄 선언’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란 의견도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지자체 및 교육청의 금고 운영을 위해선 전산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추가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 ‘탈석탄’을 공식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도덕적 측면에서 탈석탄 선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기업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직 시기상조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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