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주 교수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만 보고 코로나 종식 판단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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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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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소별 실효성 지침 필요”

  •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 높아…5~8월 대비 철저히”

  • “식약처·문화부 등 부처별 담당 업소 의견 청취하며 논의의 장 마련해야”

  • “뉴노멀 시대 감염병 차단은 생활습관서 녹여내는 것 필요”

  • “원격의료 제한적 도입해야…신규 환자 적용엔 위험성 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장 이사장)는 18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에 시작됐다. 이 얘기는 4월 말부터 일부 유흥업소가 방역수칙을 안 지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당시 정부 자문위원을 지내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국무총리 특보로 활동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장 이사장)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을 통해 번져나간 이번 집단감염은 지난 6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4차 감염자 등 이날 낮까지 170명이 확인됐다. 수도권 최대 규모 집단감염 사례였던 구로콜센터(166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코로나 방역은 3단계, 5단계 나눠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31개의 세부지침을 일시에 내놓았다. 박물관이나 유흥업소나 지침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는 식의 느슨한 지침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든 사회적 거리두기든 구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침을 보면 유흥업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박물관 PC방 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는데 우선 각 부처별로 담당 업소의 의견을 청취하며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이 대구 신천지 교회 같은 폭발적인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익명검사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며 “감염원에 노출된 사람이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서도 현재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보아 (이번 사태는) 방역망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앞으로 방역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신규 확진자 수만 갖고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태원 상황을 분석하고, 부족했던 방역지침을 수정하고, 시설별 위험도 평가를 제대로 해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국립병원, 도서관 등 실내 공공시설은 마스크 착용, 2m(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지침 하에 문을 열어도 괜찮지만, 종교시설과 유흥시설 등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밀접해 있는 곳은 운영을 자제하거나 사업장 규모에 따라 들어갈 인원수를 제한하는 등 강경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뉴노멀(New Normal‧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 시대에는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생활습관이나 안전장치 및 조치를 생활에 녹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설별 위험도를 평가해 강경책을 쓰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소규모 집단감염은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5월 초 진행한 완화 정책인 생활 속 거리두기의 타이밍은 적절했다. 기본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가 높을수록 취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5~8월에 학생들은 학교를 가고 의료진은 까다로운 방역 수칙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국민들은 외식을 하는 등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온 국민이) 피로하지 않고 오는 재유행에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격의료 도입 논란과 관련해서, 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왔다가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존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에게 전화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 병원 내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도 좁은 의미의 원격진료라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격리 환자를 진찰하기 위해 의료진이 매번 레벨D 보호복을 입고 진찰하는 것보다 기초적인 것들은 비대면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초진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는 것은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로 원격진료를 보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생체 지표인 혈압, 체온, 호흡수 등 기초적인 바이탈(생체활력징후) 자료에 그친다”며 “환자의 눈을 보고 아픈 부위를 만지고 두들겨 봐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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