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제약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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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20-05-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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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덮쳤다. 백신과 치료제 대란으로 각국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독일정부는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고, 아시아 주요국의 제약공장 폐쇄와 수출 중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유럽은 의약품 수급 불안을 우려한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시대적 흐름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질서를 재촉하고 있다. 보건의료,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 인간사회의 모든 영역이 코로나19를 기준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시급한 문제는 언제 닥칠지 모를 제2·제3의 코로나,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제약 주권화’라는 새로운 질서 확립의 당위성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제약 주권화는 우리 손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자력으로 개발, 생산해낼 때 완성된다. 한 나라의 제약 주권을 파악하는 가장 단적인 지표는 의약품 자급률이다. 한국의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80%에 육박한다. 다국적 제약기업에 의약품 수급을 의존하는 남미,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과 비교하면 낙관적 상황이다. 자급의 문제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상도 자부심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전 세계 214개국에 한국의약품이 진출해 있고, 의약품 수출 부문에서 10년 연속 15%를 웃도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매해 수조원대의 신약 기술을 다국적 제약기업에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6%에 머물고 있고, 백신 자급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경제성이 한참 떨어지는 필수의약품 생산·개발에 공을 들여 안정적 공급에 힘쓰고 있지만, 국가필수의약품 중 20.3%인 64개 품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 자급률을 대폭 높이는 것이 제약바이오기업의 시대적 사명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종식의 전제 조건인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데,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수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기존 약물을 치료제 용도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을 통해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계 차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신종 감염병 치료제 등을 비롯한 글로벌 신약 개발의 조속한 성과 도출을 위해 공동 출자,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기업들이 공동 투자하는 조인트 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유럽 혁신의약기구(IMI)와 같은 민·관 공동펀드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한다는 방침 아래 협회는 TF를 구성,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단이 가동되는 등 정부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 필수의약품의 개발과 안정적 생산·공급을 바탕으로 하는 ‘제약 자국화’는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길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새로운 시대, 제약 주권화를 위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긴밀한 민·관협력과 아울러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은 지금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나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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