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연루의혹'에 총장이 '형평성' 거론한 것, 매우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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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5-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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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잇따른 비판...."대통령이 최측근 수사를 거론되면 어찌 됐겠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행보에 법조계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유착 당사자인 채널A와 '윤 총장 최측근 검사장'에 대한 수사보다 '유착의혹'을 보도한 MBC에 대한 수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기각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형평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조차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착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겠다는 발상자체가 황당한 것은 물론이고 총장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작은 오해라도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대학교수는 "만약 대통령의 측근을 수사하는데 청와대가 '형평성'을 운운했다면 어떻게 됐겠나"라고 "윤 총장이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명예훼손 사건에 압수수색?... 법조계 "매우 이례적"

검찰이 MBC를 압수수색 하겠다는 이유는 '채널A-한모 검사장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 이름이 함께 보도됐기 때문이다. 최 전 부총리는 '자신은 신라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마치 돈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며 MBC를 고소했다.

즉, 최 전 부총총리가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MBC를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명예훼손 사건'에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불필요한 짓을 하고 있다'라는 지적도 있다.

명예훼손은 공공연히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이나 보도를 했을 때 성립한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일단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범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언론기관이 진실한 것으로 공익에 대한 것을 보도한 경우'에는 면책이 된다.

'보도가 진실한 것으로 공익에 관한 것'이라는 것은 언론 스스로가 입증하면 된다. 굳이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다. 즉, 압수수색을 하고 말고 할 필요조차가 없는 셈.

지금까지 명예훼손 사건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사례는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 압수수색 영장 기각... 누가 알렸나?

통상 검찰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공보대상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에는 언론에 알릴 수 있지만 영장의 청구나 발부 여부는 알리지 않는다. 특히 기각된 영장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다.

영장 청구나 발부, 기각을 보도하는 경우 상황에 따라 피의자 등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기 대문이다.

드물게 검찰이 '영장기각'을 언론에 알리는 경우는 대부분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경우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법원이 영장을 여러차례 기각하는 바람에 유해용 전 대법 수석재판연구관의 하드디스크 확보에 실패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번처럼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에 형평성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발언하는 등 수사팀을 공개 질책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알려진 전례가 없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이전까지 한 번도 말이 나온 적이 없다, 언론사 두 군데가 관련되다 보니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특히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채널A의 취재 과정과 관련된 자료 일체'에 대해 명시하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부실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된다는 말도 나온다.

▲ "하수나 하는 짓... 설마 제 식구 살리기 하겠나"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실은 “채널A-MBC 관련 의혹 사건에 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언급한 제반 이슈에 대해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윤 총장의 지시를 언론에 알렸다.

이를 두고 '형평을 지키라는 것이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라는 지적이 인다. 정작 수사대상인 채널A에 대한 수사보다 의혹을 보도한 MBC를 수사하라는 취지로 비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채널A와 유착의혹을 받고 있는 '최측근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거나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채널A는 취재윤리 위반, 취재원과 한 대화 자체가 범죄성이 있다는 것이고 MBC의 경우는 언론의 자유 영역에서 취재를 한 것"이라고 선 그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몰래 촬영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가 빠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찍은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렇다면 최근 극우집회에서 윤석열 총장을 찍은 것도 다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위직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검찰총장이 자신의) 최측근을 보호하려고 하겠나"면서도 "(만약 한다면) 그런 건 하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지금은 채널A를 압수수색 해봤자 나올 게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수사 전망을 회의적으로 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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