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코로나19 진단키트 누적 2000만명분 수송... 화물운송 ‘사막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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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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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1일까지 올해 누적 물동량 28만t... 작년보다 9% 증가

  • 화물운송 매출 20% 수준... 코로나 악재 막기엔 역부족

끝 모를 사막을 걷고 있는 대한항공이 화물운송이라는 오아시스를 통해 잠시나마 목을 축이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역발상에 더해 운임료까지 상승하면서, 적자폭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체 매출 비중에서 20% 수준의 화물운송 실적이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막는 데는 크게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송 등 신규 물동량 증가도 영향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대한항공의 화물 물동량은 총 28만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넘게 올라간 수치다.

2월과 3월 코로나19로 일부 지역의 물동량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얻은 성적이라 의미가 크다. 실제 글로벌 물류회사 어질리티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최근 한국발 항공화물의 적재량이 항공기 운항 축소로 50~6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 화물량의 40~50%는 여객기 화물칸에 손님의 짐을 싣고 난 뒤 남는 공간에 화물을 싣는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이 차지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라 한국발 화물적재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란 뜻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예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의 아이디어와 함께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신규 물동량 증가 등 악재 속 호재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을 멈춘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행동에 나섰다. 이 덕분에 대한항공은 그나마 1분기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으며, 국내 수출입 기업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출 역군으로서 자사 수익 창출은 물론 국위 선양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요청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명 분도 대한항공이 날랐다.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호건 주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공수 과정에 대해 “엄청나게 소중한 화물이었다”며 “주민 수천명을 살려낼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포트 녹스(연방 금괴 저장소가 있는 지역)’와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의 요청에 따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특별 전세기를 긴급 편성·운항하기도 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공기청정기·섬유·방호복·코로나19 진단키트 등 12개 기업의 화물 16t을 자카르타에 운송했다.

한보리 대한항공 화물 RM운영팀 대리는 “지금까지 수송한 물량은 2000만명이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이라며 “주로 미주, 구주, 인도 쪽으로 많이 수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화물만 보면 올해 성장 기대... "여객 수송 감소치 감당하기엔 크게 부족"
화물만 보자면 향후 그 수송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대한항공의 화물 물동량은 27만537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했다. 같은 날 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평균 물동량이 0.7% 늘어난 셈이다. 최근 상승폭이 크다는 뜻이다.

운임료도 상승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화물 운임지수 TAC 지수 기준 중국-미국 화물운송료는 지난 3월 마지막 주 kg당 6.59달러로 2월 마지막 주 대비 무려 117%가량 올랐다. 이 지수가 생긴 2016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재앙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대한항공이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2조5153억원과 영업손실 24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그동안의 컨센서스(1350억원)에 비해 1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 운송료가 증가하고 있다지만, 여객 수송 감소치를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며 “기간산업인 항공업에 조속한 지원이 이뤄져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이 운항중단된 여객기 A330을 화물기로 전용,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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