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수요에 은행들 CD 발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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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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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1조9200억…작년 동기 대비 19.3%↑

  • 대출 재원 마련·예대율 기준 맞추기 차원

시중은행들이 단기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시장성 양도성예금증서(CD)가 이달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와 같이 CD 발행을 통해 예대율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7일 은행들이 발행한 원화 시장성 CD는 1조9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3100억원)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시장성 CD 발행액(5조52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9.8%(3조6500억원)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CD는 1년 이내 만기로 발행되는 단기금융 상품으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는 통상 중장기 은행채를 발행한다. 은행채 금리가 CD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은행들이 CD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은 예대율 기준을 맞추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대율은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과 시장성 CD의 합으로 나눈 비율이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춰야 한다.

지난해 은행들은 올해부터 시행된 신예대율 적용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해, 시장성 CD 순발행(13조3000억원)을 전년 대비 291%(9조9000억원) 늘린 바 있다. 신예대율 하에서는 가계대출 가중치가 15% 상향 조정돼 종전보다 분자가 커지게 된다. 1분기에 CD 발행량이 줄어든 것도 지난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영향이 일부 작용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들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이후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은행채로 조달한 돈은 예대율 산식에 들어가지 않아 은행채 발행으로 대출을 늘려도 분자만 커져 예대율이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로 분모인 예수금 증가액은 대출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즉 분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CD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CD 금리가 1% 초반대로 낮아진 점도 발행이 급증한 요인으로 꼽힌다. CD금리 지표가 되는 91일물짜리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가 산정한 평균금리)는 지난 1월 초 1.53%에서 이날 1.10%로 4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특히 지난 3일에는 CD 금리(1.10%)가 은행채(AAA) 3개월물 금리(1.131%)보다 3bp가량 낮아지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날에만 9700억원어치의 CD를 발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모보다 분자(대출)를 제어하는 것이 예대율을 맞추는 일반적인 방법인데, 최근 정부와 당국에서 기업 지원 차원으로 대출을 독려하고 있어 은행들이 자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중순 이후 금리가 크게 떨어진 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8조7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증가분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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