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코로나19, 세계화 그리고 채소종자 공급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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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04-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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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국 국립종자원 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세상이 갑자기 혼돈과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건강과 생명의 위협에 심각한 경기침체의 위험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말 목숨 걸고 분투하는 우리 의료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특별히 빛나진 않지만, 감염과 격리의 위험을 감수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분들의 고통도 그에 못지않다. 종자업체 임직원들도 그렇다. 감사드린다.

고추 같은 채소 종자의 품종 개발은 국내에서 하고, 종자 생산 상당량은 해외에서 한다. 해외에서 생산해서 국내에 들여오고, 국내에서 가공해서 우리 농업인들에게 판매하거나 수출한다. 우리 기업들의 연간 채소 종자 생산량 1600t 중에서 430t 정도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시기가 있어서 제때 가져오지 않으면 채소 생산이 어려워진다. 종자업체들이 어느 정도 재고는 가지고 있지만 혼란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금년 우리가 쓸 채소 종자는 중국 내 이동제한이 시작되기 전인 작년 말, 금년 1월에 다 들어와서 잘 넘어갔다. 1월 말에 종자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종자 반입상황, 재고 등을 점검하면서 한편으론 안심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국내 채소 종자 생산량을 늘리고 해외 생산지는 좀 더 다변화해야 하는, 오랜 그러나 쉽지 않은 숙제가 더 시급해졌다. 종자 생산 공급 사슬이 전 세계에 퍼져 있어서 생기는 문제다. 중국 외에도 뉴질랜드·이탈리아·덴마크에서 많이 생산하고, 물론 국내에서도 생산한다.

대부분의 산업계에 같은 문제가 던져질 것이다. 일부 외국 언론에는 벌써 지구적 경제 통합의 비용,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적인 상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화의 조정 또는 후퇴 문제가 될 것이다.

1990년대에 본격화된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은 인력 이동, 이민 문제에서 시작됐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로 인한 치안 문제, 인종 갈등이 인류의 통합을 억제하고, 유럽 등에서 일부 극우적 정치세력이 커지는 배경이 됐다.

두 번째 장애물은 중국이 커가면서 생겨났다. 그간 세계화가 미국 주도로 진행됐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화의 방향, 속도, 주도권 다툼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농업협상 업무를 오래 했던 필자에게는 2008년 여름 제네바, 도하라운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결렬되던 장면이 생생하다. 타결될 뻔도 했던, 세계의 경제적 통합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을 10여년을 이어오던 협상이었다. 각료회의 마지막 밤, 미국과 중국의 막후 양자 협상이 결렬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이제 바이러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앞의 두 문제가 인간 간의 갈등이라면, 이젠 인간과 바이러스 간 갈등이다. 인류는 한편으론 과학 기술로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또 한편으론 경제적 삶의 방식도 어떤 형태로든 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국립종자원은 채소 종자의 국내 생산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비용 지원을 하고 있다. 더 늘려갈 계획이다. 해외 생산지를 더 다변화하기 위한 방법도 필요하다. 종자업체가 중심이 되어 할 일이지만, 영세업체가 많아 어렵다. 합병하고 규모를 늘려 경쟁력을 키워야 이런 문제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태가 끝나면 대구에 가서 우리 직원들에게 위로의 저녁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최병국 국립종자원 원장[사진=국립종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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