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목표치 설정할까 말까…고민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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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4-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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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불확실성 속 목표치 설정···사실상 실현 불가능"

  • "성장률 목표치는 '정치적 문제'···낮더라도 설정해야"

최근 경제학계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냐 마냐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바오류(保六)'냐, '포류(破六)'냐", 즉,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6%를 유지하느냐, 5%대로 떨어지느냐가 경제학계 논쟁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경제를 집어삼키면서 이제는 성장률 목표 설정도 어려울만큼 불확실성에 직면한 모습이다.

◆ "코로나19 불확실성 속 목표 설정···사실상 실현 불가능"

중국은 매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정치협상회의)의 총리 업무보고에서 그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해 오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발발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 등이 3일 보도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경제학자는 마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다. 인민은행 연구국 수석 경제학자 출신인 마 위원은 현재 칭화대학교 금융발전연구중심 주임을 맡고 있다.

마 위원은 지난달 31일 중국경제망에서 주최한 온라인 화상 경제 좌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바오류'는 힘들게 됐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거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올해는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마 위원은 당초에 예상했던 올해 6% 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해졌다며 4~5% 성장률 달성도 매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대까지 낮췄다"며 "유럽, 미국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성장률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얼마나 많은 재정과 금융 자원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해야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사실상 예측 불가하다"고 봤다. 이같은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서도 GDP 목표치를 설정한다면, 게다가 만약 6%를 사수하려 한다면 그것은 실현 불가능하며, 결국엔 어쩔 수 없이 홍수처럼 돈이 풀리는 형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 중국 2차 대확산 리스크 등 역풍을 맞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는 건 실현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전염병 확산을 어떻게 통제하고, 경제·사회활동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저소득층을 돕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 "성장률 목표치는 '정치적 문제'···낮더라도 설정해야"

반면 중국이 예년대로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출신인 저명한 경제학자 위융딩이 대표적이다. 

위융딩은 지난 달 31일 차이신망과의 인터뷰에서 "성장률 목표치는 기업, 특히 대기업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며 "목표치가 전혀 없으면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 그리고 앞으로 남은 연말까지 미칠 영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올해는 4%만 달성할 수 있어도 매우 잘한 것"이라고도 했다.

동시에 '바오류'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도 경고했다. 이로 인한 각종 경기부양책으로 중국 경제 과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위융딩은 "현재로선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바오류'에 집착한다면 나머지 3개 분기에는 8~9%의 성장률을 실현해야 하는데, 그것은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것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가 원래는 100m를 9.6초에 달릴 수 있지만, 스타트가 2~3초 늦어진다면 100m를 9.6초에 완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일각선 성장률 목표치는 각 지방정부와 기업, 사회에 보내는 신호인만큼 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펑 은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성장률 목표치는 정치적 문제"라고 봤다. 그는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 정부와 관료들의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라며 "현재로선 이를 대체할 다른 평가 기준이 없는만큼 이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오는 2021년 중산층 국가를 지향하는 샤오캉 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이를 위해 올해 국내총생산(GDP)를 2010년의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앞서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회의에서도 "올해 경제·사회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이 올해 최소 5.6% 경제 성장률을 실현해야 하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이게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으로 올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시장은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

노무라증권은 올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을 -9%로 전망했다.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각각 -10%, -6%로 예상했다. 올 한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는 노무라증권이 1.3%, UBS와 BOfA가 1.5%로 잡았다.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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