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지연···산은 고심 깊어져

강영관·윤동·김지윤 기자입력 : 2020-04-01 05:00
아시아나, 내달 7일 유상증자 일정 미뤄질 듯 기업결합 승인 지연···현산-산은 협상 나설 듯 현산 인수의지에도 시장선 인수조건 변경 예상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업황이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인수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원점으로 돌아가 인수 조건을 재검토하거나,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매입을 멈춰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 연기···현산, 매각 무산시 2000억원 날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1조4665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4월 7일이던 자금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지난 27일 변경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구주매각(3228억원)과 신주발행(2조1772억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매각 과정의 초기 단계다.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의 일부(1조1745억원)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자금과 주식담보부 차입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일정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한국 및 중국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한국은 물론 해당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는 국가별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승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유상증자 일정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면서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항공산업 장기 시황이 어둡다는 판단 아래, 계약금 20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매입을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주당 3370원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 6580원의 절반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같은날 시가총액(7523억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자금으로 밝힌 2조5000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산, 인수조건 변경 노릴듯···산은도 '고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주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은에도 상당한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M&A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금호그룹과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신들의 이익만 취했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회사의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장기간 진행된 인수전에도 불구하고 금호그룹이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상당수를 쥐고 있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주채권단으로 인수전을 살펴야할 산은에 정치적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예 인수전에서 손을 떼는 극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황이 악화된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인수전에서 승리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조건을 변경할 수는 있어도 아예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현대산업개발이 예정대로 인수에 나선다면 산은 등에 인수자금 지원, 차입금 상환 유예 등 인수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는 한편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해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식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M&A 과정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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