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코로나19의 교훈, '올바른 손씻기'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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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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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지금 한국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바닥이고 그들의 활동은 매우 위축되어 있다. 기업 체감경기와 소비자심리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국내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한 2월의 생산과 소비, 투자는 모두 전월 대비 감소하는 트리플 약세를 기록했다. 최근 두 달 동안 임시직은 3분의1이 없어졌다.

우리 경제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성적이 이런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탓에 노쇠한 경제로 바뀌고, 저성장·저물가 지속과 규제 개혁 지연 등으로 한국 경제 체질이 약골로 변했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주식이 급등락하면서 매매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브레이크까지 발생시키는 혼란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 위기를 돌아보자. 발생 원인에 대해서 논란은 있지만, 그래도 1997년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단기차입금에 대한 관리 부실 등이 진행되다가 결정적으로는 달러 부족이 원인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주택 대출이 이루어지고, 금융기관들이 헤지펀드들에게 떼일 가능성이 있는 대출 위험을 떠넘기면서 모럴해저드에 빠져드는 상황이 배경이었다. 이후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자산 가격이 급락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위기의 원인인가. 그것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공장이 멈춘 것도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적어도 경기 흐름과 관련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야기할 만한 원인은 작년 12월이나 올해 1월에는 없었다. 그 때 우리 경제는 바닥을 다지며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 위기는 말 그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위기를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평상시 같으면 할 수 없었던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는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위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손을 열심히 씻자’인가. 이것만 얻고 끝난다면, 정말 이번 위기는 시간 낭비로 날려 보낸 채 큰 실수만 남는다. 코로나19 위기의 교훈은 무엇인가.

먼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다. 지금 거대한 지구촌 경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멈췄다. 경제 시스템에 결정적인 결함이 없어도 외부 요인으로 인해 내부 시스템이 순식간에 멈출 수 있고, 그것을 예측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발전, 중요하다. 그런데 굳이 거창하게 리스크 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조직 내에 리스크 관리 담당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더 확보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금리와 환율 등 경제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 전염병, 날씨 등의 비경제적인 변수까지 체크해야 할 리스트가 너무 많아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조직의 의사결정권자는 예전보다 더 주의 깊게 리스크 담당 의견을 경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예방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확충 및 개선이다. 경제 리스크 요인이 되어버린 바이러스 자체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빨리 대규모 확산이 나타난 국가이다. 그러나 확산에 대응하는 대처법은 중국처럼 도시 폐쇄가 아닌, 빠르고 광범위한 검사였다. 효과는 있었다. 자부해도 좋을 만큼 높은 국민 의식과 의료진의 희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는 문제 해결을 ‘사람’의 힘과 희생, 사명감에 기대야 할까. 선진국이라면 시스템과 인프라로 승부하자. 메르스를 겪으면서 방역 컨트롤 체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지자체 차원의 감염병 대응 체계는 약하다. 전국 각 지역 보건소에 감염병 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인력과 장비가 충원되어야 한다. 장비 충원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감염관리 분야의 인력 충원 및 양성이 잘 이뤄질까 하는 점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 및 적절치 못한 보상 등으로 감염관리 분야 인력이 이직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감염관리를 위한 비용 보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감염관리 전담 인력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보상 체계, 커리어 관리, 해외 현장 경험 등의 분야에서 미션과 비전이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유능한 인력이 감염관리를 비롯해 기초의학 분야에 많이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또한 기대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종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게 될지도 모른다. 변종 바이러스 또한 계속 생길 것이다. 마스크는 이미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챙기세요’라고만 한다면,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이룬 인류 입장에서 좀 궁색하다. 리스크 관리,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 확충, 감염관리 분야 인력 양성 등이 계속 필요한 이유다.



(위 내용은 현대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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