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수출아 수출아, 너 코로나 넘을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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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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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그동안 침체였던 수출 경기는 서서히 반등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수출 증가율은 2018년 11월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더니 12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19년 2월에는 마이너스 두 자릿수(-11.3%)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양호한 흐름이 예상되는 이유 중에는 작년 수출 경기가 침체였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증가한 412억6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2월은 설 연휴가 끼였던 지난해와 달리 조업일수가 많아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대체로 작년에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가 올해에는 살아날 것이라는 점도 올해 수출 경기 반등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중국 경제, 세계 경제의 부진이 심화된다면 우리나라 수출 경기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믿고 싶은 올해 수출, 불안 요인은 무엇인가.

먼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 경기 하강폭이 급속도로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증감률 간의 등락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이미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구조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 부채 증가의 취약성 상존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연말부터 발생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 생산 및 투자 등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둔화 경로에서 더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코로나19의 영향이 2020년 1분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를 근거로 중국의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6.0%에서 5.6%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의 수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 부진을 야기하여 한국 경제 성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산 중간재에 대한 세계의 의존도는 2배 증가하여 중국이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키플레이어가 되었다. 단기간에 중국산 중간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급망 교란은 적어도 1분기에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산 중간재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점과 중국의 구매중단으로 인한 수입 감소 모두 글로벌 및 한국 교역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다음은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이다. 그렇다. 이것은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이다. 첫째, 미·중 무역협상으로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지키지 못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무역갈등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둘째,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많이 하게 되면 다른 나라로부터 오는 수입을 줄일 수 있는데, 그 피해를 한국이 입을 수 있다. 올해 1월 중순에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내용 중 골자는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수입을 2000억 달러 늘리는 것이 아닌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2000억 늘리는 것이다. 중국이 연간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규모가 1535억 달러(2018년)임을 고려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단기간에 2000억 달러 늘리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도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수요가 특별히 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오는 수입을 대폭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총수입액을 증가시키기보다는 국가별 수입액을 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간 수출 경쟁이 치열한 IT, 철강제품,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 조정폭이 클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2020년에만 적용되는 사항이 아닌 글로벌 교역에서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 Global Value Chain) 약화 트렌드이다. 예전에는 신흥국은 원재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했었고, 선진국에서 고기술의 소재‧부품을 수입하고 조립해서 다시 선진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진이 심해진 선진국에서 해외로 나가있던 자국의 생산 시설을 유턴시키는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추진되면서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교역이 점자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해서 조립‧생산하여 최종재를 수출하는 조립 강국에서 점차 원자재를 수입해서 자체 기술을 사용하여 중간재를 수출하는 제조 강국으로 등극하였다.

이에 더해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4차산업혁명과 같은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실제로 눈에 보이고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해 운반할 수 있는 상품보다 서비스나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데이터 교역이 등장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교환하는 빈도가 증가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교역이 부진해지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발생에 따르는 국내 내수, 특히 민간소비 부문에서 1분기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점차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로 인한 국내 수출 부진을 방어해야 그나마 올해 경제가 선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 및 보호무역주의 등 수출 경기 하강 요인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과 특정 수출품목 및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매력도가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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