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대안 없는 대입 일정에 불안한 고3 학생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호이 기자
입력 2020-03-17 00: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 김호이 기자]

#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당락을 좌우하는데 대입 일정 조정은 안 되고 학사 일정만 미뤄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불법적인 학원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요. 추가적인 개학 연기를 할 경우 입시에 대한 대안도 함께 고려했으면 합니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학교에 재학 중인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
“정시로 대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여름방학에는 대치동에서 진행되는 입시특강을 들으려고 했는데 여름방학이 단축되면서 특강도 못 듣게 됐어요. 학사 일정상 중간고사가 취소되고 수행평가로 대체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예상해 놨던 1년 계획이 흐트러졌는데··· 기숙사 학교 특성상 1명이 감염돼 기숙사에 들어오면 금방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개학을 당장 하자고는 말할 수도 없고 수능이 연기될 수 있기 때문에 겁이 나요.”
-경기외고 3학년 박지윤 학생(19)


당초 오는 23일까지 연기된 전국 유·초·중·고의 개학을 재차 연기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을 연기하고 휴업단계를 3단계로 올려주세요’, ‘학교 개학을 4월로 미뤄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개학연기’ 등의 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교육부는 앞서 ‘학교 휴업 1~3단계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23일까지 개학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1단계(3주 이내의 휴업)에 속한다. 2단계는 4~7주 휴업을 한 뒤 수업일수 10% 감축을 허용하는 것이다. 3단계는 8주 이상 휴업하는 것으로, 3단계로 상향 조정되면 교육당국은 ‘휴업 장기화 대책’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오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과 영상회의를 열고 추가 개학연기가 필요한지를 논의했다. 교육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과의 회의 및 내부 검토를 거쳐 늦어도 17일까지는 개학연기 및 개학연장 여부를 발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만약 개학이 연기된다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대입을 준비하는 데 매우 바쁜 일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개학을 재차 연기하면 수업일수가 줄어 학사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대입 수시 원서접수(9월 7~11일)나 수학능력시험(11월 19일) 일정과 관련해서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올해 수험생인 학생과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빠듯한 학사 일정과 대안 없는 대입 일정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짜여진 정규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개학이 연기된 지금은 본인이 계획해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해야 한다.

개학 연기로 겨울방학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학습 및 생활리듬이 달라진 것도 문제다. 평소 계획을 잘 세우고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이 기간을 활용해 부족한 과목이나 단원들을 정리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에 계획성이 낮고 수동적 학습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일 경우 학원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나태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상위권과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로 학령인구가 낮아진 탓에 전년도 대비 고3 재학생 수가 5만6000여명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더 위험하다. 반면 재수생들은 재수학원에 다니거나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학습 리듬이 바뀔 것이 없어 수능에서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그러나 당장 개학을 할 경우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입시가 임박한 고3 학생들의 경우 정규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인해 12시간 이상을 밀폐된 공간 속에서 집단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크다.

3학년 담임이자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 교사 연합 공동대표인 조윤희 부산금성고 교사는 “고3 학생들의 경우에는 12시간 이상 학교에 있기 때문에 학교가 슈퍼 감염센터가 될 수 있다"며 "수능 전에 지진이 일어나서 수능을 연기했던 것만큼이나 정말 예기치 않았던 비상사태라면 학사 일정 대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학 연기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