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직원 평균 연봉 '2억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반도체·방산 등 호실적을 기록 중인 업종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를 늘리면서다. 반면 성과급 특수에서 배제된 대부분의 기업은 연봉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모습이다. 성과급이 임금 구조를 흔들면서 산업 간 'K자형 연봉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연봉 2억원 시대 연 SK하이닉스, 자동차 추월한 방산
18일 각사에서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는 올 상반기 86명의 임직원에게 평균 5억2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지난해 상반기(1억6500만원) 대비 217% 늘어난 규모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10억원이 넘는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주가 폭등으로 성과 보상 제도인 스톡그랜트(자사주 지급)가 빛을 발하면서 연봉 인상률이 급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평균 급여는 1억4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지난 2월 지급된 1인당 평균 1억3000만~1억4000만원의 초과이익성과급(PS) 중 일부가 급여에 반영된 영향이다. 올해 연봉은 2억여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상반기 급여는 6300만원으로 전년 대비(6000만원) 5% 증가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사업부별 표정은 엇갈린다.
지난 7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최고치인 기본급 100%를 받았다. 반면 완제품(DX) 부문의 경우 모바일(MX)·TV(VD) 50%, 생활가전(DA) 25%에 그쳤다. 실적 차이에 따른 성과급 차등이 본격화하면서 연봉 격차는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해외 수주액 200억 달러(약 28조2000억원)를 향해 달리고 있는 방산도 큰 폭의 임금 인상률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의 상반기 평균 연봉은 7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 올랐다. 같은 기간 LIG D&A 평균 급여는 6000만원으로 15.4% 급등했다.
◆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연봉 후퇴...가전, 자동차, 소부장 잔혹사
가전과 자동차 등 업황과 실적이 여의치 않은 산업군에서는 급여 수준이 퇴보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LG전자는 상반기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0만원 줄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1인당 평균 반기 연봉이 5900만원으로 3.3%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상반기 평균 연봉이 4300만원으로 2.3%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1인당 평균 연봉은 4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오르는 데 그쳤다. 국가데이터처 기준 올 상반기 평균 물가 상승률 2.5%에도 못 미친다. HL만도 역시 상반기 평균 연봉이 4700만원으로 2.2% 상승했다. 기아는 상반기 평균 연봉 4700만원으로 4% 올랐다.
동종 업계에서도 기업 규모별 연봉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미반도체의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만원(상승률 0.3%) 올라 사실상 동결됐다. SK하이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주성엔지니어링 사정은 더 가혹하다. 지난해 상반기 5500만원이던 1인당 평균 급여가 올해 상반기 4000만원으로 27.3% 급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쏠림과 대기업의 신규 설비 투자 집행 '시차' 때문에 반도체 특수가 소부장 전반의 생태계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억대 연봉도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성과급 효과가 급여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업종별 연봉 격차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방산은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성과 보상 규모가 계속 늘고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면서 보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일부 업종의 임금 상승률을 끌어올려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고 사회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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