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美.中.日.獨 '경제 처방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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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02-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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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마친 뒤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총리,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비상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18일 국무위원들에 촉구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달 말 1차 경기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촉발된 현재 상황을 비상경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재빨리 모든 정책을 총동원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대통령이 경기대책에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주문한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 한국경제는 ‘기민한 대응’과 ‘특단의 대책’이란 십자수(十字繡)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지게 됐다. 소득주도 성장정책, 중소벤처 중시(대기업 배제) 정책, 탈원전 정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대책, AI(인공지능) 등 제4차 산업혁명 국가전략 등으로 정부의 추가 정책 동원능력이 극도로 제한된 데다 정권의 임기가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2년은 총선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격변기에 빠져든다.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상상력’ 발언과 ‘추가 경정예산 가능성’을 주목한다. 전례를 넘어선 상상력은 소규모 신규 정책과 기존 정책의 일부 전환을 담은 패키지 정책을 예고한다. 추가 경정예산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커질 경우 언제든지 쓸 수 있는카드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 사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감염확대로 세계 경제는 하방(下方) 리스크가 커졌다. 일본경제신문이 2월 14일 시점에서 세계 약 1만20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은 2019년 4분기(10월~12월)에 전년동기비 16% 증가로 5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러나 2020년 1분기(1월~3월)는 5% 증가로 급감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은 16% 감소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미국은 7% 증가 (2019년 10~12월은 2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기업은 작년 4분기 순익이 12% 줄어들어 금융위기 이래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 1분기는 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기업의 경영 실적도 악화될 것이다. 감염 확대가 한국경제로 파급되는 경로는 중국으로의 수출, 서플라이 체인(공급사슬), 방한 중국인 동향 등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다. 중국과 세계 경제가 혼조를 보이면 중국수출과 국내설비투자가 줄어들 것은 당연한 이치다. 중국으로부터의 부품공급 정체는 국내 생산에도 영향을 준다. 방한 중국인의 지출감소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금년 1분기의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주시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경제에 큰 역풍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발동해야 할 시점은 아니다. 그러나 감염확대가 상상이상으로 심각해진다면 추가적인 금융완화는 물론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야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적자 확대를 용인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을 거론하는 학자도 있다.

정부가 위기감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지금부터는 섬세한 각론이 필요하다. 외국 기업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중국에 거점을 가진 한국계 기업의 실태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일본계 기업은 절반 이상이 공급사슬에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심지어 올 1분기 수익이 10% 이상 줄 것으로 예측한 기업도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 업무의 국내 회귀와 제3국 이관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지원 설명회를 속히 열고, 이들의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지원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나눠주기식이 아닌 공급사슬과 가치사슬(밸류 체인)을 놓고 우선순위와 경중을 가려서 비균등 지원을 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나누어 각 분야의 고용현황을 챙겨봐야 한다. 경기부진으로 가뜩이나 고용사정이 나쁜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헤어나기 힘든 결정타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투입과 국민정서 호소로만 풀리지 않을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AI 국가전략, 소부장 대책에 투입된 재원을 경기대책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듯이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 효과를 높이는 지략도 부가되어야 한다.

기존 정책의 전환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대기업이 움직일 기회를 크게 열어주는 일이 최우선이다. 비상시는 대·중소기업을 한데 엮은 선단식(船團式) 전략이 유효하다. 특별한 적(경쟁국이나 경쟁사)이 보이지 않는 ‘산업구조 전쟁’에서는 한국의 강점을 되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경제대국들의 처방전을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이번 사태에 5조원의 예산을 편성한 일본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총체적 점검에 나섰다. 정부와 기업, 학계, 언론이 일체화한 일본형 위기관리방식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차제에 우리 정부도 규제완화 정책을 화끈하게 고쳐서 경제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정책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판단하는 잣대로서 정부의 신뢰기반이 된다. 아무리 거대한 전략과 정책이리도 규제에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화장 좀 고치는 ‘규제 샌드박스’로는 안된다.

코로나19 경제대책은 한국경제의 체력을 검증하는 종합 신체검사다. 국민의 기대를 수렴해 정부의 능력을 최대한 담는 큰 가마솥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넘치는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를 2020년대 한국경제의 침로를 결정하는 하나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기업 순익 전년 동기비 증감률, 일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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