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인터넷은행] 선행주자 꼴찌 은행 전락···수익성 문제로 매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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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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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산업자본에 대한 대주주 규제가 여전한 것도 문제로 꼽히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체적 수익성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선행주자인 케이·카카오뱅크가 수익성이 불확실한 하위권 은행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 어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도 선뜻 투자할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누적 3분기 기준 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7~2018년 수백억원 이상 쌓이던 적자 행진을 끊어낸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가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빛이 바랜다. 지방은행 중에서도 카카오뱅크보다 순이익이 적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케이뱅크는 이기간 영업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742억원 순손실)를 낸 금융사로 꼽혔다.

 

[사진=각 은행]

물론 2017년 출범한 케이·카카오뱅크가 업력만 십여년에 이르는 시중·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기가 당장 여의치 않다. 문제는 수익의 질적인 부분이다.

지난해 누적 3분기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은 3510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4806억원)의 73.03%에 달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영업수익 708억원 중 이자수익은 682억원에 달해 비율이 96.33%에 달했다. 이는 시중은행(38.27%)이나 지방은행(73.0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지방은행보다 전통적 이자수익에 매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수익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것과 연관이 깊다. 케이·카카오뱅크가 설립된 시기 ICT 기업이 금융권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보다는 금융 포용성에 중점을 둔 당국의 주문으로 중금리 대출 등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비대면 거래가 많아 고정 비용(점포 유지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는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영업을 지속하게 됐다. 이렇다보니 이미 시장에 정착한 기존 은행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영업 채널과 상품 개발 노하우도 부족한 상태에 쌓여있는 자본마저 상대적으로 적어 사실상 '꼴등 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케이·카카오뱅크가 고전하는 탓에 인터넷전문은행업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행주자가 천억원 이상 적자를 쌓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시장에 진입할 후발주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시 지난 2015년에는 47개 기업(3개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11개사(토스뱅크)로 대폭 줄어든 것도 수익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 규제 등이 까다로운 상황에서 돈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업"이라며 "케이·카카오뱅크가 사실상 꼴찌 은행으로 밀려나면서 산업자본들이 흥미를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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