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가장 아름다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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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2-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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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 병원 의료진 얼굴…남방도시보 1면 게재

  • '코로나19 전쟁'에 의료진 '희생'…사망자 6명, 확진환자 1700여명

"광대 뼈와 눈 밑 아래마다 선명한 방호경과 마스크 자국이 나 있다. 오랜 시간 착용한 탓에 피부도 벌겋게 부었다. 코에 붙인 밴드는 언제 붙였는지 모를 정도로 색이 바랬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밝은 미소로 활짝 웃는 이도 있다."

이는 중국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남방도시보 1면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게재된 사진을 묘사한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 소재 병원에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중국 의사·간호사 얼굴이다.
 

[중국 남방도시보 2월 15일자 1면에 게재된 우한 소재 의료진의 사진. ]


의료진은 매일같이 방호복을 입은 채로 6~8시간씩 근무한다. 방호복을 입은 채로 먹고 마실 수 없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한번 방호복을 벗으면 다시 새로운 방호복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방호복이 부족한 형편이라 함부로 낭비할 수가 없다. 게다가 방호복을 갈아입는 데 걸리는 몇 분 몇 초의 시간도 아깝다. 그들은 소변을 봐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기저귀를 차고, 근무가 끝난 후에 씻는다고 한다. 중국 현지 언론에 소개된 의료진들의 일상이다.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서 그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상황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전쟁터의 용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 엄마, 남편, 아내, 아들, 딸, 친구인 평범한 인간이다.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지 의료진으로서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콜라 한 병 원샷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긴 한숨을 한번 쉬고 나서 다시 파이팅을 외치며 병동에 들어간다", "일을 마치고 방호복을 벗을 때 비로소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안부 인사 한마디 하라는 취재진의 말에 “눈물이 나면 방호경에 김이 서려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카메라를 피하는 주모씨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2세 새내기 간호사다. 

지난 1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일까지 중국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이 1716명, 전국 확진 환자의 3.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87.5%, 1502명이 후베이성의 의료진이다. 이 중 6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렸지만 결국 자신도 코로나로 숨진 중국의 의사 리원량 역시 그중 한명이다. 이들은 감염 공포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반면, 전염병 공포 속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거나 이기심과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중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스크를 몰래 빼돌려 고가에 팔려다가 적발된 우한시 공무원,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가족을 데리고 해외로 달아났다가 적발된 후난성 공무원도 있다. 전염병 발발 초기 대응 실패에 ‘기여’한 후베이성 공직자 8명을 풍자한 시가 온라인에서 떠돌기도 했다. ‘후베이팔준도(湖北八駿圖)’다. 팔준도는 원래 여덟 필의 ‘준마(駿馬)’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집 주인이 설 연휴 기간 외지를 다녀온 세입자의 아파트 단지 출입을 막고, 후베이성 번호판을 단 트럭 운전사는 가는 곳마다 배척당해서 고속도로를 20일 넘게 떠돌아 다녔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며 중국인, 심지어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혐오하는 행동도 나왔다.

독일의 한 유명배우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세입자를 쫓아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차례 기침을 하는 손흥민을 향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며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음식점에서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으로 빚어진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의료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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