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모범택시'로 두 번이나 연기대상…책임감 느끼죠"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배우 이제훈은 SBS 모범택시 시리즈를 통해 두 차례나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 작품을 넘어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았다. 2023년 '모범택시2'에 이어 지난달 31일 '모범택시3'로 다시 한 번 SBS 연기대상의 정점에 오른 그는 장르물 안에서 캐릭터를 축적해온 시간과 선택이 어떻게 배우의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시리즈를 세 번 연속으로 한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시즌3가 기존 팬분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관심 가져주신 분들까지 사랑해주셔서 연말에 상까지 받게 되니까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되는 상이었어요."

시즌3를 앞두고 그는 기쁨보다 먼저 걱정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변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얼떨떨했어요. 시즌2를 마치고 시즌3를 한다고 했을 때는 기쁘면서도, 다시 김도기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에피소드와 부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에요. 본캐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은 분명히 있는데, 에피소드마다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걸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모범택시'의 구조는 매 시즌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이제훈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김도기라는 중심축 위에 매회 새로운 부캐릭터를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설정이나 디테일이 처음부터 대본에 써 있는 건 아니에요. 시즌1부터 그랬고 어느 집단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정도만 주어져요. 외형이나 성격은 전부 제가 만들어가야 하는 몫이죠. 그 과정을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게 느꼈어요. 시즌1, 2를 거치면서 이 작품이 어떤 포맷으로 흘러가는지 인지하게 됐고 그 안에서 얼마나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어요."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빌런 캐릭터 역시 시리즈의 중요한 축이다. 시즌3에서는 특히 캐스팅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분들 입장에서는 '이번엔 어떤 빌런이 나올까'가 궁금하실 거잖아요. 시즌3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의견을 드리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다행히 제작진이 생각했던 1순위 배우분들이 거의 다 응해주셔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장나라였다. 선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가 빌런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은 이제훈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촬영 감독님이 '굿파트너'를 하시면서 장나라 배우님과 인연이 있었어요. 그 에피소드에 어떤 배우를 모실지 고민하다가 장나라 선배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의아했어요. 그동안 선한 역할을 많이 해오셨고, 빌런 역할은 한 번도 안 하셨잖아요. 과연 하실까 싶었는데, 고민 끝에 용기를 내주셨어요. 현장에서 선배님 연기를 가까이서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그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장나라가 보여준 감정의 폭발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본캐릭터들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동안 쌓아온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싶었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자분들도 충분히 놀라워하고 재미있게 보셨을 것 같아요."

시즌3 후반부를 장식한 에피소드는 현실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부담이 컸던 대목이다.

"작가님이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낀 위기 의식이 분명히 반영됐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허구적인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로 확장됐죠. 마지막 에피소드는 권력이 남용됐을 때 어떤 위험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시민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5년째 함께하고 있는 '무지개 운수' 식구들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이 팀을 '변하지 않는 관계'라고 표현했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그대로 서로를 대하고 바라봐요. 시즌2, 3를 거치면서는 가족처럼 편해졌고요. 촬영할 때나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때나 관계가 똑같아요. 단톡방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요. 이 시리즈를 통해 가족을 얻은 느낌이에요."

김도기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정의와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들었던 말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들이요. 배우로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살아온 방식이 이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시즌4에 대한 가능성을 묻자 그는 여지를 남겼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없지만,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도전 의식이 남아있었다.

"김도기라는 인물이 가진 사명이나 정의를 생각하면 아직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부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늘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지만, 늘 그래왔듯이 어렵고 힘든 도전이더라도 해보고 싶어요."

데뷔 20년을 맞은 지금, 이제훈은 자신의 커리어를 길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태도다.

"앞으로도 갈 길이 더 길다고 생각해요.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 계단씩 밟아올 수 있었지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겸손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해야겠다고 늘 되뇌고 있어요."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모범택시3' 주연 배우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그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현재를 이렇게 정리했다. 화려한 미래보다는 지금 눈앞의 작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멀리 있는 꿈을 크게 그리기보다는 지금 맡은 작품 하나하나 잘 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쌓아가다 보면 또 다음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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