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외교] ①'노재팬·노차이나' 몸살 앓는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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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2-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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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일·반중’ 정서로 퍼진 ‘제노포비아’…공공외교 최대 敵

  • ‘신종 코로나’ 사태 변수에 흔들린 한·중 ‘소프트파워 외교’

‘공공외교(公共外交·Public Diplom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이 두루 주체가 돼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 국민을 상대로 국가활동을 전개하는 외교다.

특히 21세기 공공외교는 자국의 역사·전통·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대중을 위한, 대중을 향한 개방형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된 ‘신(新) 공공외교’로 변화하고 있다.

각국 외교부가 앞장서는 전통적 외교 대신 다양한 민간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공공외교는 국력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 간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보다 유연하게 푸는 방법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격화된 한·일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공공외교 강화 필요성’이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일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로 퍼진 ‘노재팬(No Japan)’, ‘노차이나(No China)’ 정서로 공공외교도 위기를 맞았다.
 

(왼쪽부터)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시청 일대에 걸린 '노재팬' 현수막. 신종 코로나 사태로 등장한 '노차이나' 포스터. [사진=연합뉴스·온라인 커뮤니티]


◆‘반일·반중’ 정서로 퍼진 ‘제노포비아’…공공외교 최대 敵

국내 반일(反日)·반중(反中) 정서가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로 퍼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이나 낯선 사람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을 뜻하는 ‘제노포비아’는 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의 최대 적(敵)이다.

지난 3일 서울 경복궁 광화문 앞에선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광화문, 경복궁, 명동 등 주요 관광지에서 반중 집회를 여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 사태 나와 가족의 건강,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중국인에 대한 배척 심리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심리가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체로 확산할 우려가 있고, 이는 국가 간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일본 현지에서 지켜본 남관표 주일본대사도 이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남 대사는 “우리는 일본 정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집중하는데, 더 신경 써서 봐야 할 것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이다”라고 강조했다.

남 대사는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정치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에 대한 심한 말을 하게 되는 이유”라며 그러면서 올해 주일 한국대사관의 최우선 목표를 ‘공공외교 확산’으로 제시했다.

한·일 정부 간 갈등 현안 해결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 내 퍼진 혐한(嫌韓) 분위기를 먼저 잠재워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한·일 민간 간 교류 ‘공공외교’ 확대를 통해 양국 내에 퍼진 반일·반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유대한호국단이 3일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변수에 흔들린 한·중 ‘소프트파워 외교’

“2020년은 ‘한국 방문의 해’,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중국과 더욱 활발한 문화·인적교류를 하겠다.”(문재인 대통령, 1월 14일 ‘2020 신년 기자회견’)

“양 국민 간 우호적 정서 확대하는 관련 행사 등 대사관 차원에서도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장하성 주중 한국대사, 1월 20일 특파원 기자간담회)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회복 물꼬를 뜬 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일시 정지됐던 문화·인적교류를 재가동시켰다.

‘소프트파워’ 공공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가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 변수가 한·중 공공외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악화로 발원지인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해 가까스로 열렸던 한·중 교류의 문이 다시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의 참여인원 수는 67만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글들이 다수 등장했다.

‘노차이나’ 여론은 한·중 대학생 교류에 직격탄이 됐다. 한국인 대학생 사이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을 피하는 현상이 발생, 중국인과의 교류를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학교 측은 교환학생 등 중국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대거 취소되거나 연기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은 6만9287명으로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43.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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