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해 첫 '새로운 길' 언급…‘핵·경제’ 병진노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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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1-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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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미국 제재 계속되면 ‘새로운 길’ 모색”

  • “김정은 관심사는 ‘경제’…핵은 종속변수”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계속됨에도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은 여전한 상태다. 이에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비한 정면돌파전은 선언했다. 자력갱생으로 제재로 인한 경제 난관을 극복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을 내놔 주목을 받는다. 북한이 한·미 양측에서 느낀 실망감에 좁게나마 열려있던 북·미 대화 재개의 문이 닫히고,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北 “미국 제재 계속되면 ‘새로운 길’ 모색”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모라토리엄 철회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이목을 받았다.

주 참사관은 “상대방이 약속을 존중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 약속에 일방적으로 묶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 참사관의 발언 속 상대방은 ‘미국’이고, ‘약속’은 비핵화 상응조치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 참사관은 “지난 2년 동안 북한은 핵·탄도 실험을 자제해왔다”며 “불행하게도 미국은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를 무시했고, 제재를 부과하고 한국과 공격적인 군사 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헀다.

그는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거론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기 전까지 북한은 계속해서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참사관의 이런 발언은 전날 국방부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올해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지난해와 동일한 기조로 규모를 조정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정부는 북·미 대화, 남북 관계를 고려해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기존보다 축소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상응조치로 한·미 군사연합훈련 ‘규모 축소’가 아닌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주 참사관은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하며 “만일 미국이 내 나라에 제재와 압박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올해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북한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연말까지 제시할 것을 촉구하며 시한을 넘길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오른손을 든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北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김정은 최대 관심사는 ‘경제’”

북한이 ‘새로운 길’과 전략무기 개발 등을 언급하자 북측의 국가노선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라고 봤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현재 가장 관심 있는 것은 ‘경제’다. 경제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나왔다”며 “무엇이 종속변수이고, 독립변수인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독립변수는 경제. (경제가 중심이지) 핵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노동신문 등만 봐도 전부 자력갱생만 강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북한의 주요 노선은 경제개발이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생명으로 생각하는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결사항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요 과제는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한 정면돌파이고, 이것을 자력갱생을 이겨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이야기다.

한편 통일부는 주 참사관의 발언에 대해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에 담긴 내용의 연장선으로 평가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관계자가 국제석상에서 발언한 것에 대해 정부가 평가하지 않는다”며 “전원회의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기자들과 점심시간을 활용한 토론인 '브라운 백 미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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