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G2 무역전쟁 수준의 충격파 온다"…韓경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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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박경은·최지현 기자
입력 2020-01-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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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급등·세계경제 불황 직격탄···"우리 통제 영역 벗어나"

  • 정부, 부처별 전방위 대책마련···'호르무즈 파병' 고심 여전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도 패닉에 빠졌다. 최악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수준의 경제 충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8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상황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중동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벼랑 끝에 몰린 모양새다. 한·미동맹, 이란과의 관계, 한반도 비핵화 등도 한국 경제·외교를 짓누르고 있다.

◆중동정세 악화, 세계경제에 직격탄···"韓통제 영역 벗어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 문제로 연결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달하고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이란 갈등이) 장기화하거나 (군사 전면전으로) 확산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뤄지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산유국이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다”며 “그걸 통해서 세계 경제 자체가 가라앉으면서 오는 충격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동사태는 우리의 통제 영역을 벗어났다고 판단, 국내경제에 파급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기업 여건의 어려움을 상쇄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성 교수는 “기업들에 노출된 비용, 이런 게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올라간 에너지 비용 부분 등을 상쇄해줄 수 있도록 비용을 감소해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지출, 조세부담 줄여주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동정세 악화로 원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산유국들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는 세계에 이어 우리 경제에도 악재가 된다는 얘기다. 

국내 산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카타르가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중동 지역 영업 지점들에 파견 중인 주재원들의 비상연락망 운영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란의 이라크 미 공군기지 보복 폭격이 아직 국내 석유 수급 동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면밀한 모니터링과 철저한 사전 준비로 원유 수급 위기 시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 사막지대에 위치한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지난달 29일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AP·연합뉴스]


◆정부, 부처별 전방위 대책··· '호르무즈 파병' 고심 여전 

또한 정부는 부처별 대책회의를 열고 총력전에 나섰다. 기재부는 △금융·외환시장 △수출 △유가 △해외건설 △해운물류 등 5개 작업반을 구축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한국 교민과 기업의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지역 공관장들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었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미국의 파병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의 파병을 언론을 통해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미·이란 갈등 심화 이후 현재까지도 파병 문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부담을 덜 수 있게 국회가 역할을 해서 진지하게 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가 성급하게 파병 문제를 결정하기보다는 국회가 여론을 수렴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쳐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에서 미국이) 파병 문제를 도와달라고 할 것”이라며 “이때도 정부가 즉답하기보다는 그걸 (비핵화, 남북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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