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골적 '남한패싱'…'남북공동철도사업' 한반도 평화 동력될 수 있나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1-02 16:14
北 전원회의 남북 언급 ‘無’…김정은, 지난해 신년사 ‘10번’과 대조적 北 노골적 ‘남한패싱’…文 정부 ‘남북공동 철도사업’ 속도 낼 수 있나 文 정부, 北 무시에도 ‘상생 번영 평화공동체’ 강조…원론적 입장만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을 무시하는 ‘패싱 전략’을 내세웠다. ‘남북 공동 철도사업’, ‘동북아 철도 공동체’를 남북 관계 개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동력으로 활용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北 전원회의 남북 언급 ‘無’…김정은, 지난해 신년사 ‘10번’과 대조적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대남(對南) 정책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비난할 때만 ‘남조선’을 거론할 뿐 대남정책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를 10차례나 언급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대남 정책이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남한 패싱 전략인 ‘통미절남(通美絶南)’으로 굳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북한이 현 정세에서 남북 관계를 주요 변수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통미봉남과 통미절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대북 레버리지 상실을 우려한 바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일 분석자료를 통해 북한의 대남 비난 기조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무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정부는 언제든지 협조 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한을 배려해 온 것을 북한은 자신들의 권리처럼 여기고 있는 모습”이라며 “올해는 의도적으로 남북 관계를 생략하며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통미봉남 기조의 확정이라기보다는, 향후 대미·대중 관계 변화에 따라 대남정책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남측과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北 노골적 ‘남한 패싱’…정부 ‘남북공동 철도사업’ 속도 낼 수 있나

그러나 현재 북한의 ‘남한 패싱’ 전략은 정부가 남북 대화,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동력으로 내세운 ‘동북아 철도’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철도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강조한 ‘동북아 철도 공동체’에 지원사격을 나선 셈이다.

김 장관은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비상업적 공공인프라 사업으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승인이 비교적 용이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사업의 잠재력을 언급한 것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사업에 관심을 보인 만큼 이 사업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남북 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남에 따라 ‘남북 공동 철도·도로 사업’ 추진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文 정부, 北 무시에도 ‘상생 번영 평화공동체’ 강조만

북한의 ‘남한 패싱’에도 정부는 ‘상생 번영의 평화공동체’만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합동인사회에 참석해 “지난해에도 우리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한반도 평화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북·미 정상 간 대화 의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의 열망으로 반드시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이뤄낼 것이며,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했다.

통일부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정책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추가적인 대남 관계 언급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관계) 언급이 없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김정은 시기에 들어와서 전원회의에서 의제나 토의, 결정서 채택 내용에 남북관계 부분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남 태도에 관한 부분들은 좀 더 주시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추후 북한의 공식 담화에서 설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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