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통령' 펭수가 일으키는 경제…연말연시 ‘펭코노미’ 열풍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동근·박연서 기자
입력 2019-12-18 17: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광고, 협찬 등 각계 대대적인 캐릭터 마케팅

  • 주식시장 '펭수 수혜주' 등장 임박

[그래픽=박연서 인턴기자]


인기 캐릭터 뽀로로는 초등학생들의 대통령, ‘초통령’이다. 뽀로로의 후배, 남극에서 온 EBS(교육방송) 연습생, 열 살 펭수는 요즘 3040 직장인들의 대통령 ‘직통령’이다. EBS 사장인 '김명중'을 거리낌없이 부르고 "눈치 챙겨"를 외치며 상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면서도 펭격(펭귄의 품격)을 잃지 않는 그는 올해 대세 캐릭터, 2019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남극 펭에 빼어날 수(秀), 최고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남극에서 스위스를 거쳐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는 그는 ‘우주 대스타’를 꿈꾸고 있다. 아직 우주까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만큼은 꿈을 이뤘다. 펭수의 엄청난 인기에 광고·협찬·협업이 줄을 이으며, 펭수로 인한 경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펭수+이코노미 현상, ‘펭코노미’라고 부르자.

◆광고모델 '펭수', 치솟는 몸값

광고업계에 따르면 펭수의 광고 계약규모는 1억 원부터 시작이다.

펭수 측에 광고 관련 연락을 해봤다는 업계 종사자는 “12월 둘째주 기준으로 펭수의 계약규모는 3개월에 1억, 1년에 2억 수준”이라며 “펭수의 경우 전반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 어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펭수는 어린이부터 30·40대 직장인까지 팬의 스펙트럼이 넓다. 광고의 영향을 받는 집단이 팬에 한정된 인기 아이돌 그룹보다도 오히려 모델로서 나을 수 있다.

현재 펭수를 선점해 첫 상업광고를 진행 중인 기업은 KGC인삼공사(옛 한국인삼공사)다.

KGC인삼공사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밝고 건강한 펭수의 이미지가 잘 맞아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펭수가 출연하는 유튜브 광고에는 고향이 남극인 '펭수'가 부모를 그리워하는 스토리가 담겨, 설날을 앞두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광고가 예정돼 있다. KGC 인삼공사의 건강식품에 이어 침대까지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시몬스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 “D-7 on air 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짧은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는 펭수로 보이는 산타복을 입은 펭귄의 뒷모습이 나온다.

시몬스코리아는 오는 24일 브랜디드 콘텐츠(콘텐츠에 브랜드 광고를 결합한 것)를 공개한다.

지난 10월 17일 캐릭터 사용권을 계약한 기업도 있다. 에너지공기업인 동서발전은 EBS와 4개 캐릭터에 대해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중에 펭수가 포함돼 있다.

동서발전은 캐릭터들을 동서발전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내 다양한 콘텐츠에 활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옥외 광고, 기념품 등 오프라인 홍보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캐릭터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공기관의 이미지를 보다 친근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며 “앞으로 번개맨을 포함한 EBS 캐릭터들을 활용해 회사 사업 및 에너지 전반에 대한 콘텐츠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펭귄인 펭수는 좋아하는 음식으로 참치를 꼽았는데 펭수측은 참치 생산기업인 동원그룹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조만간 펭수가 등장하는 동원참치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협업·협찬…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펭수

펭수가 뜨기 전 못 알아본 기업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인기를 모으기 전인 지난 7월 펭수는 빙그레가 주최한 '슈퍼콘 댄스 챌린지'에 참가했다. 당시 빙그레의 모델이던 손흥민 선수가 광고에서 선보인 춤을 따라하는 도전이었다.

펭수는 당시 낮은 순위로 탈락했는데, 빙그레 측 관계자는 이후 "엄청 후회하는 중"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빙그레는 펭수와 협업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간접광고(PPL) 형식의 동영상을 제작하기로 했고, EBS와 세부내용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펭수가 워낙 바빠서 스케줄 등을 조율하는 문제부터 콘텐츠 내용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를 상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펭수 협업콘텐츠는 아이스크림제품 ‘슈퍼콘’일 거라고 귀띔했다.

지금 펭수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겨울을 앞두고 여행업계도 펭수에 주목하고 있다.

비발디파크는 여행업계 최초로 펭수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펭수를 비발디파크 내 겨울 테마파크 '스노위랜드'에 초대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펭수와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펭수 인증샷 구역'과 펭수 조형물이 설치되고, 펭수 한정판 굿즈(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고향 남극이 그리울 펭수를 눈썰매와 눈꽃축제 등 겨울 즐길 거리가 가득한 스노위랜드로 초청한다는 개념"이라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펭수의 고향, 남극을 찾으려는 사람도 늘고있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서 항공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행 항공권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립닷컴은 펭수의 인기가 시작된 지난 9월부터 11일 15일까지 남극 여행의 기점이 되는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공항’으로 가는 항공권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고 밝혔다.

패션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가장 먼저 손을 뻗어 자사 SPA브랜드 스파오 10주년 홍보에 펭수를 기용했다. 이달 중순부터 펭수와의 협업 상품을 출시한다.

협업 상품은 의류부터 파자마, 잡화류까지 다양하게 마련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펭수 모시기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번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스파오가 그간 협업 상품을 성공적으로 기획, 판매해온 경험이 펭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EBS 사옥 로비에 있는 포스코 제공, 펭수의 집.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는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 펭수에게 철로 만든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포스코는 집 없이 소품실 구석에서 지내는 펭수를 위해 약 한 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새로운 숙소인 '펭숙소'를 완공했다. 일산 EBS 사옥 로비에 마련된 숙소 내부는 펭수의 화보와 펭수를 형상화한 소품으로 꾸며졌다.

펭숙소는 키가 210cm에 달하는 펭수가 안락하고 편안하게 지낼 공간을 짓는 데 주안점을 줬다.

LG그룹의 경우 두 계열사가 펭수와 협업한다.

LG생활건강은 펭수가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방문해 뷰티 컨설턴트 교육을 받고, 회사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직업 체험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7일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공개됐다.

펭수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가 펭수와 손잡고 신규 AR(증강현실) 콘텐츠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EBS와의 제휴로 펭수 캐릭터와 번개맨, 번개걸 등 캐릭터를 이용한 5G 기반 AR콘텐츠를 제작했다.

김민구 LG유플러스 AR서비스담당은 "5G 고객층과 직장인 대통령으로 불리는 펭수의 팬층이 유사한 만큼, 마케팅에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도 펭수앓이다. 펭수는 19일 개봉 예정인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 출연진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지난 16일 레드카펫 쇼케이스에 펭수가 등장,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이모티콘, 책 인기 ↑…굿즈도 속속 등장

소비자들은 펭수의 모습을 영상에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펭수 관련 물품들도 구매한다.

펭수를 소재로 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11월 13일 출시 이후 최장기간 1위, 최대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출시 다음날부터 인기순위에 올라서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다. 카카오톡 프렌즈 이모티콘을 제외하고는 최장기간 1위, 최대매출 기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작가와 제작자가 판매금액의 약 30~50%를 가져간다. 펭수 이모티콘은 현재 200초코(2200원)에 판매중인데, 작가와 제작자가 대략 700원을 가져간다고 가정할 경우 100만 건 판매 시 7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펭수의 에세이 겸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때문에 출판계는 태풍전야다.

책을 출판한 다산출판사 측에서는 계약 금액과 초판본 부수 등 펭수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튼 책은 출간 소식과 동시에 예약에서부터 벌써 대박을 치고 있다. 책은 인터넷 서점 YES24 국내도서 1위를 3주 이상 유지하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 에세이로 지난해 최다판매를 기록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의 기세를 가뿐히 넘어설 거라고 예상한다.

11월 28일 예약 첫날 오전 10시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 1분 만에 200부가 판매됐고 이후 10분 만에 1000부 판매를 돌파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관계자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단행본은 처음"이라면서 "주된 구매자층은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예약판매가 시작된 예스24에서도 3시간 만에 1만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이 책은 다이어리 안에 방송에 나왔던 펭수의 발언, 사진, 노래 등의 콘텐츠가 삽입된 형태로 제작됐다. 오는 12월 19일 정식 출간된다.

EBS관계자는 "앞으로 펭수관련 사무용품이나, 문구용품, 핸드폰 케이스 등도 굿즈로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펭수 수혜주’까지 등장

펭수의 인기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펭수 수혜주'가 이미 거론되고 있고, 더 많은 종목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펭수는 구매력을 가진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이는 캐릭터 상품화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유아 교육 전문기업 '유엔젤'과 온라인 서점 '예스24' 등이 펭수 수혜주로 언급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유엔젤은 EBS와 보유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예스24는 EBS 교재 구매 이벤트를 열면서 펭수 상품을 선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펭수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한국의 차세대 문화 수출품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펭수와 연관성이 뚜렷한 종목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펭수 굿즈가 출시되면 펭수 수혜주로 부상하는 종목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EBS사장 이름을 외치고 다니는 패기가 20·30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회사생활 등으로 지친 삶을 위로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뽀로로' 캐릭터 등장과 수혜주 물색에 대한 과정이 펭수 관련 수혜주 물색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펭수 굿즈가 출시되면 향후 수혜주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권세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캐릭터 제품은 뷰티, 패션, 교육, 식품, 음료 등 그 영역을 넓히면서 다양한 산업과 콜래버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견인 중”이라며 “캐릭터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함께 느끼는 공감 비즈니스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