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북미 실무협상 청신호? 美 한미훈련 축소에 긍정기류…北, 통미봉남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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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1-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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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길·김영철 北 고위관료 담화 연속 발표…"美 12월 대화 제안"

  • "미국,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위한 근본적 해결책 제시해야"

  • "남조선, 한미훈련 축소 언급 등 현명한 융단 내릴 인물 없다"

  • 북한, "남측, 금강산 개발에 설 자리 없다"…남한과 선 긋기

12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청신호가 포착됐다. 미국이 북한에 다음달 대화 재개를 제안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조건으로 달았다. 또 금강산 문제를 앞세워 한국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 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美 12월 대화 제안’에 반응 보인 북한…“미국, 대화 동력 살리려고 노력”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 오후 담화를 통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다음 달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촉구했다.

김 대사의 담화가 나온 이후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도 연이어 발표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언급에 대해 “조미(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13일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조미협상의 진전을 위하여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며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13일(현지시간) 방한길에 오르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한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북한도 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한 달 넘게 중단됐던 북미 대화가 다시 활기를 찾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스웨덴이 북·미에 대화 재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가 인사들은 “스웨덴이 자국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다시 한번 개최하자는 초청 의사를 10월 말 전후로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순회대사의 “비건 대표가 제3국을 통해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발언 속 ‘제3국’이 스웨덴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北 12월 협상 재개 조건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폐지’?···"美, 근본적 해결책 제시해야"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다.

김 순회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해 시간 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 전환과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약속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12월 협상을 제안했는지 등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0월 23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北 ‘통미봉남’ 움직임도 포착…韓, 한반도 비핵화 협상서 제외되나
스톡홀름 협상 이후 한 달여 만에 북·미 대화가 활발해졌지만, 남북관계는 금강산 문제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담긴 고위급 인사들의 담화 발표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의 일방적인 철거 가능성이 담긴 조선중앙통신 기사가 나와 남북관계 전망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의 일방적인 철거 가능성을 언급했다.

통신은 “남조선당국은 귀머거리 흉내에 생주정까지 하며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외래어도 아닌 우리말로 명명백백하게 각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남조선당국은 ‘깊이 있는 논의’, ‘공동점검단의 방문 필요’ 등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은 금강산 개발에 설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정부와 현대아산 등 금강산 관광사업자들이 해법을 찾기도 전에 북한이 금강산 남측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북한이 12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남한과의 선 긋기를 시도하며 '통미봉남' 외교전략을 펼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담화에서 미국의 한미훈련 축소 언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명길, 김영철 담화는 북·미 관련된 사안이고,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금강산에 관련된 것”이라며 “서로 다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부대변인은 “김명길, 김영철 담화에 대해서 정부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북·미 간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기 바란다는 입장은 여전하다”며 “금강산 관련 기사도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으로 이뤄져 특별히 수·발신은 없었다. 다만 이것이 북측의 관영 통신에 의해서 공개된 점이라는 점을 저희가 유의해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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