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발자, 스타트업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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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11-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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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 개최...유망 스타트업 49개사 참여

  • “미래 변화 대응, 대기업보다 스타트업 유리”

매년 연말이 되면 대기업 성과급 관련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한다. 기사 헤드라인은 ‘임직원 연말 성과급 최대 500% 지급’, ‘억 단위 성과급으로 따뜻한 겨울 보내’ 등으로 잡히고, 대기업 임직원들은 두둑한 지갑과 함께 주변의 부러운 눈초리를 즐긴다.

31일 목요일에는 생소한 장면이 목격됐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파격적인 인재 영입 보상안이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 입사자에게 전 직장 연봉의 1.5배를 제시하고, 추가적으로 전 회사 연봉을 최대 1억원 한도로 일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스타트업계에서도 충격이었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파격 보상안 뉴스를 공유하며 “토스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부러움이 섞여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통쾌함이 느껴졌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도 대기업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구나.”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느낀 대리만족이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2019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이 열렸다. 비트센싱, 바로고, 중고나라, 집닥 등 49개 스타트업이 참가해 채용 부스를 마련하고, 구직자들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찾아가 1대 1 면담을 진행했다. 올해는 우아한형제들이나 쿠팡 등 유니콘 기업이 참가하지 않아 긴 대기 줄은 없었지만, 그 덕분에 참가 스타트업 모두가 고루 관심을 받으며 쾌적한 환경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채용부스를 마련한 중고나라 관계자는 “한 시간에 35명의 구직자가 방문해 상담했다”며 “중고나라를 커뮤니티로만 알고 있다가 이번 페스티벌 통해 회사라는 것을 알아서 지원하는 분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통해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알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2019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 중고나라 채용 부스. 중고나라 부스에는 1시간에 30명이 넘는 구직자가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사진=중고나라]


올해 채용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문구는 ‘개발자 모집’이었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나오고 있지만 양질의 개발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성장하는 기업에 고급 개발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이날 대부분 부스에서는 신입‧경력할 것 없이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렸다.

덩달아 개발자 몸값은 ‘금값’이 되고 있다. 파격적인 연봉과 인센티브를 제시받는 직원은 개발 업무자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개발은 업무는 어렵다.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경험이 있어야 고급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배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고급 개발자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쫄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이경원 루닛 개발자는 “개발은 사소한 운영이라도 큰 경험치가 될 수 있다. 그냥 지식을 아는 것과 해본 것은 천지 차이다”며 “이 바닥은 경험이 최고의 무기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 보고 싶으면 일단 시작해보면 좋겠다. 쫄지 말고, 저질러 봐라”고 강조했다.

공대생 선호 현상은 비단 대기업 취업 관문에만 적용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만 해도 문과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과생은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육헌 트레바리 마케터는 “학습을 잘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케팅 업무를 했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한다. 올해만 4번의 업무 변경이 있었다”며 “마케팅만 잘하는 사람은 그 업무만 할 수 있지만, 학습을 잘하는 사람은 그때그때 적응이 가능하다. 결국 꾸준히 배우고, 즐겁게 일하며, 실행하는 사람이 스타트업에서 롱런할 수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스타트업 취직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이날 행사에서는 스타트업을 주제로 패널토크도 진행됐다. 스타트업의 장점으로는 자율성, 성장 가능성, 수평적 문화 등이 제시됐다.[사진=신보훈 기자]


비바리퍼블리카와 같은 기업은 IT업계에서 가장 대우가 좋은 회사로 성장했지만, 아직 스타트업 취직을 주저하는 구직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현금성 복지가 부족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서비스를 제공하다 검찰에 기소된 타다 운영진의 모습만 봐도 갈 길이 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친다. 난관이 많지만, 미래는 스타트업에 달려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 대표는 “미국에서 상장한 스타트업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중국 투자금은 5분의 1 토막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이 타다를 기소했다”면서도 “2000년 IT 버블을 말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스타트업 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고, 새로운 일자리는 혁신 창업기업이 만든다. 혁신적 사고와 문제 해결형 사고를 하는 인재라면 스타트업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도 “19세기에는 인류 지식이 2배 늘어나는 데 100년이 걸렸지만, 2030년에는 3일이면 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는 미래 변화를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49개 스타트업 중 배민이나 쿠팡, 수아랩 같은 기업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회사 문화를 잘 살펴보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당당히 질문한 뒤에 취직할 기업을 선택하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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