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BOJ, 3월 단관(短観) 경제 조사 발표… 대기업 체감경기, '4분기 연속 개선'

  •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선행 지수는 하락, 4월 추가 금리 인상 가시화

  • '저스트 인 타임' 가고 '저스트 인 케이스' 온다... 공급망 대전환의 시대

일본은행BOJ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 일은)이 1일 발표한 3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이하 단관)' 결과, 일본 대기업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4분기 연속 회복세를 유지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며 경제를 지탱했으나, 중동 정세 불안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며 향후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양상이다.

'단관(短観)'은 일은이 전국 약 9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3개월마다 실시하는 공식 조사다. 응답률이 99%를 상회할 만큼 압도적이며, 조사 후 약 한 달 내에 결과가 공표되는 뛰어난 속보성 덕분에 일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신뢰도 높은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번 조사의 핵심 지표인 '업황판단지수(DI)'는 최근 체감 경기가 '좋다'고 답한 기업 비율에서 '나쁘다'고 답한 비율을 뺀 수치로, 숫자가 커질수록 업황 개선을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 제조업의 DI는 플러스 17을 기록하며 지난 12월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요가 강력한 동력이 되어 생산용 기계와 비철금속 업종의 개선을 이끌었다. 대기업 비제조업 DI 역시 플러스 36으로 횡보하며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다보는 3개월 뒤의 선행 D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크게 악화됐다. 대기업 제조업은 3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14, 비제조업은 7포인트나 떨어진 플러스 29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이란이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할 조짐을 보이면서,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입 차질을 우려하고 있는 도레이(Toray)의 오야 미츠오 사장은 "재고 상황을 볼 때 5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완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나 사람의 안전·건강에 직결된 제품 등을 우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물 경제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조사를 분석하며 중동 리스크가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 본격 전이되는 '중동발 파급 효과'를 경고했다. 실제 츠루다 운송점의 츠루다 신이치로 사장은 "현재 트럭 25대를 가동하며 매달 약 80만 엔(약 764만원)의 연료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리터당 가격이 20엔만 상승해도 월 부담액이 10만 엔 이상 급증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운수업은 연료비가 3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이 약 80% 급감하며 24.6%의 기업이 영업적자에 전락할 전망이다. 제약 업계 역시 원유 기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정된 약가로 흡수하기 어려워지자 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에 약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비용 압박과 공급망 불안이 실물 경제를 강타하자,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기존의 경영 철학을 통째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 자동차 제조사 임원은 "비용과 효율을 최우선시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적시 생산 방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가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해법이 됐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일본 내 물가 상승 압력과 구인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의 5년 후 물가 상승 전망치는 2.5%로 나타나 2014년 조사 개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지수 또한 1991년 버블 경제 이후 34년 만의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 38을 유지하며 극심한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 강력한 임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가 발표한 올해 춘투(봄철 임금 협상) 집계에서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5.0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은 이번 단관 결과가 일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은 내부에서도 "체감 경기가 생각보다 양호하며 기업들의 물가 상승 기대가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어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BNP파리바 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정세의 악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견조한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 계획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번 단관 결과는 4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재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이 예측하는 이달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은 72%에 달한다. 현재 0.75%인 정책금리가 1.0%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일은이 인상 시점을 고심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