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홍콩 대신 싱가포르처럼"...中선전 부동산 개혁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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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0-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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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5년까지 공공주택 100만채 공급···싼값에 택지 제공

  • 30여년 전 '홍콩식 모델' 실패···집값 천정부지 상승

  • '싱가포르 모델' 실험···中 전국으로 확대될까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광둥성 선전이 약 30년 만에 부동산 정책 개혁에 나섰다. 선전은 과거 홍콩 부동산 정책 모델을 보고 배웠다. 집값이 치솟으며 도시 전체에 투기 광풍이 불었지만, 정작 서민들은 내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선전은 이제 홍콩 모델에서 탈피해 공공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 모델을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2035년까지 공공주택 100만채 공급···토지도 싼값에 제공
 

중국 선전시내 전경. [사진=신화망]


23일 선전특구보(深圳特區報)에 따르면 최근 선전시 정부는 공공주택 관련 회의를 열어 공공주택과 택지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등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정책을 집중 논의했다.

선전시 정부는 도심(초기 경제특구 지역인 푸톈·난산·뤄후·옌텐구)의 ‘마오피팡(毛皮房, 실내 인테리어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의 주택)’ 서민용 공공주택 분양가를 ㎡당 최고 5만 위안(약 828만원)을 넘지 않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현재 도심 지역 평균 집값이 ㎡당 6만 위안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또 도심 외 지역의 전문인력을 위한 '인재주택' 가격도 ㎡당 2만~3만 위안으로 제한하고, 최고 4만 위안을 넘을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 주민에겐 낮은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할 계획이다. 저소득층·환경미화원·지하철버스기사·선진제조업 노동자에겐 인근 지역 임대료의 30%, 극빈곤층·차상위계층에겐 10% 수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선전은 앞서 13차5개년(2016~2020년) 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모두 40만채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 2035년까지는 연간 6만채씩, 모두 100만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건설하는 전체 주택 규모는 180만채로, 이 중 절반 이상을 인재주택, 서민용 공공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채운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필요한 토지는 약 34㎢로 추산된다.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택지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달 말부터 내년 1월까지 모두 총 1㎢ 면적의 공공주택용 토지를 공급한다. 총 6만채 이상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면적이다. 특히 공공주택 토지 양도가는 기준가의 30~40%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30여년 전 '홍콩식 모델' 실패···집값 천정부지 상승

시장은 이를 선전의 제2 부동산 정책 개혁 실험으로 평가한다.

첫째 부동산 정책 개혁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계획경제 요소가 아직 남아있었던 중국에서 집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분배하는 공공자산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1987년 12월 선전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개발업자를 대상으로 주택·상업용 토지 사용권을 경매에 부쳐 이들로 하여금 땅을 개발해 집을 짓고 팔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홍콩식 부동산 정책 모델을 모방한 것이었다.

선전의 부동산 정책 실험은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선전에선 경제발전과 함께 부동산 건설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부동산에 투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선전은 텐센트, DJI, 비야디, 화웨이 등 하이테크 기업을 배출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발돋움했다. 동시에 선전은 현재 중국에서 집값 부담이 가장 큰 도시로 꼽힌다. 중국 증권시보는 30년치 소득을 모아야 선전에서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료=월드유니온부동산컨설팅]


통계에 따르면 2005~2015년 사이 선전시 집값은 10배 가까이 올랐다. 평균 집값이 ㎡당 5만 위안이 넘는다. 2017년 선전사회과학원이 선전에 정착한 기술 전문인력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집이 있는 이 비중이 절반이 채 안됐다. 비싼 집값은 선전시가 글로벌 하이테크 도시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홍콩이 살인적인 집값에 신음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선전시 부동산 정책은 저소득층도 철저히 외면했다. 2010~2015년 선전시가 매년 공급한 공공주택은 2만채에 불과했다. 2010년 이전엔 연 평균 2000채에 그쳤다.

2010~2014년 선전시 부시장을 역임했던 장쓰핑(張思平) 선전혁신발전연구원 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1~2010년 사이 선전시 인구는 1000만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공공주택 공급량이 부족했다"며 이를 부동산 정책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선전시 부동산 정책 문제의 핵심은 선전시 후커우(戶口·호적)를 가진 주민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후커우는 사회보장 혜택과 연동돼 있다. 선전시 후커우가 없으면 선전시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보장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얘기다. 선전시 후커우가 없는 저소득층 일용직 노동자(농민공) 등 800만명의 외지인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모델' 실험···전국으로 확대될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전이 이제 홍콩식 부동산 정책 모델에서 탈피해 저소득층, 전문인재를 위한 저렴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 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주택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는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선전시 부동산평가개발연구센터의 한 고급경제학자는 "선전이 싱가포르식 부동산 모델을 모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 자금이 지원된 공공주택 비중이 전체 주택의 80% 이상에 달한다. 홍콩이 45%, 선전이 20%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저렴한 공공주택 보급으로 싱가포르 인구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9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리위자 광둥성 주택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 21세기경제보에 선전시는 앞으로 시장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시장용과 공공용 두 가지 노선으로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며, 이번 정책 실험이 성공해 선전식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선전식 부동산 모델이 전국으로 번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대다수 지방정부의 주요 세수원(源)이 토지양도 수입이기 때문이다. 반면, 선전이 공공주택 중심으로 부동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건 선전시 정부가 토지를 개발업자에게 양도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전시 정부 전체 세수액에서 토지양도 수입은 450억 위안 이하로, 상하이의 5분의 1, 베이징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중국 대다수 지방정부는 토지양도 수입에 상당한 세수를 의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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