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직 집단지성 활용”…‘투자의 길’ 동행하는 넥스트드림엔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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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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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 인터뷰

  • 금융 증권 법률 회계 등 전문직 중심 브레인 조직 구성

  • "클럽원 통한 바이럴 효과 핵심...실무적 지원도 장점"

벤처 투자는 매출이나 이미 달성한 성과가 아닌 가능성에 대한 배팅이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는 사람과 아이디어만 보고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는 해당 산업 전문 심사역이 독자적으로 기업을 평가하거나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를 주도한다. 1~2명이 불투명한 미래를 분석하다 보니 한계도 분명하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다양한 전문 직종의 클럽원을 활용해 기업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금융 증권 법조 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사람과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가능성에 배팅하는 방식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새로운 ‘투자의 길’을 걷고 있는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을 여의도에서 만났다.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사진=넥스트드림엔젤클럽]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어떻게 탄생했나

"신한금융투자에서 비상장투자, PEF투자, 신기술조합투자 등을 담당하는 PI 부서에 있었다. 업무를 하던 중 정말 좋은 스타트업인데도 일선 VC나 액셀러레이터에서 투자를 못 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초기기업이었거나 아이디어밖에 없는 기업들이었다.

마켓컬리를 창업 초기에 투자했다면 현재 70배 80배 수익이 났을 거다. 지금도 1000만원, 500만원으로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할 수 있지만, 활성화가 안 돼 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주변에 있는 전문직이나 투자업계 사람들을 모아서 직접 투자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엔젤클럽을 시작했다. 6명으로 시작한 클럽원은 10개월 만에 40여 명으로 늘었다. 주 52시간제도 시행으로 퇴근시간이 빨라졌는데, 남는 시간을 활용해 긍정적으로 투자활동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화한 모임을 꾸리게 됐다."


클럽원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증권사에서 IB를 담당하거나 실제 스타트업 투자심사역, 헤지펀드 매니저, 기업 CFO, 변호사, 변리사 등 다양한 사람 모여 있다. 최근에는 유전체 분야 바이오 업체 CFO가 클럽원으로 합류했다. 관련 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 업체 투자와 관련한 딜을 많이 봐 왔던 분이다.

클럽원들은 IR에 올릴 기업을 추천하거나, IR에서 발표한 기업의 투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VC 심사역은 해당 산업 지식이 뛰어나지만, 클럽원 개개인은 그런 부분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종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향후에는 의사, 군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스타트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


기업의 어떤 부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나

"액셀러레이터는 기업 평가에 있어 매출이나 가입자 수, 트랙픽 등 정량적 지표를 선호한다. 엔젤클럽은 프로토타입이나 숫자가 안 나오는 단계부터 투자해야 해서 대표와 팀원을 많이 본다. 기업 미팅할 때 한 차례에서 안 끝나고 세 번 이상 대표를 만난다. 자료를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내용, 완성도, 피드백 시간 등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클럽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스마트디퓨저, 스마트도어락, 사내식 정기배송 업체에 투자했다. 기존 업체 후속투자도 진행했다. 라이프스타일에 밀착돼 있고, 공유경제를 다루며, 정기 구독시장과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투자 결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기본적으로 회장이나 넥스트드림 검토단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1차 검토의견 내고,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을 때 공식 IR에 올린다. 기업 대표들의 PT를 들은 이후에는 클럽원 한 명씩 기업 투자에 대한 찬반 의견과 이유를 발표한다. 그 이유를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개인투자조합 결성 가능 금액이 1억원인데, 500만원씩 20명이나, 1000만원씩 10명이 모이면 조합을 결성해 투자한다. 최소 투자요건에 미치지 못하면 드랍한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투자 성공 사례가 있다면

"2018년 3월부터 투자를 진행했고, 아직 엑시트 사례는 없다. 다만, 후속투자 사례가 있다. 스마트디퓨저를 만드는 피움랩스다.

기존 디퓨저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음성인식 기능까지 넣은 제품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3월만 해도 프로토타입 수준이었고 향기 개발도 안 돼 있었지만, 올해는 향기 기획을 했고 와디즈에서 본 물품 펀딩을 통해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최근 글로벌 향료 업체에서 인수 제안도 있었지만, 거부했다. 글로벌 향료업체의 투자제안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고 체계적으로 빌딩되면 충분히 M&A도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성공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은 골라서 투자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에 투자받은 기업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클럽원이 금융권 전문직 중심이라 바이럴 효과를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단순히 VC에 찾아가 "PT 할게요" 지원하는 것과 넥스트드림엔젤 조합원이 VC 심사역에 “1~2년 지켜본 회사인데 괜찮다. 검토해 달라”고 말할 때 파급력은 다를 것이다.

추가적으로 변호사 변리사 CFO 등 클럽원을 통해 실무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따라올 거다."


집단지성의 결과, 어떻게 예측하나

"엔젤투자 시장이 크지 못 했던 가장 큰 문제는 VC 투자로의 연결고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VC 심사역, 스타트업 초기 운용역이 기업을 분석해 의견을 취합하고 투자 결정을 하기 때문에 VC에 투자를 받거나 일부 지분을 엑시트할 기회 많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에서 2000억 규모로 4년간 500억원씩 엔젤세컨더리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매년 500억원씩 VC나 엔젤투자자가 가진 구주를 사야 하는 셈이다. 구주를 사는데 전문적인 사람이 투자하고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회사를 선택할까 아니면 다른 곳을 알아 볼까. 

우리 클럽은 기관투자자가 소속돼 있기 때문에 세컨더리펀드에 매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과에)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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