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100일] ⑤ 선진국 전문인력 양성은? 물관리 전문캠퍼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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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최지현 기자
입력 2019-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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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미국 등 산학연 통합인력관리

  • 일본·싱가포르 실무기반 전문역량 강화

 

상수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인력 관리다. 전문가들은 미래 수도관 안전을 위해서는 노후관 교체 못지 않게 인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전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된 환경부 ‘물 산업 육성방안’과 ‘물산업육성5개년추진계획(2008~2012)‘에서도 언급된다.

2006년 작성된 '물산업육성5개년추진계획 수립 연구'는 "물산업 분야의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종합계획이 부재"하며 "상하수도 종사자들에 대한 전문교육이 부족"할뿐 아니라 "전문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올해 5월 국회에서는 '물 관리기술 발전 및 물 산업 진흥에 관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정부가 물산업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기관을 지정·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물산업 전문 인력 확보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10년전부터 강조돼 왔음에도 불고 한국의 수돗물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싱가포르와 같은 모범적 사례들을 참고해 제도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수돗물 관리 인력을 기르고 있을까? 아주경제는 '붉은수돗물 100일' 기획의 마지막 편으로 국외의 수돗물 인력 양성 사례를 짚어보았다.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 레이우아르던시 ‘워터캠퍼스 레이우아르던’ 시설 전경(왼쪽)과 생애 전단계 교육 커리큘럼(오른쪽) [사진=워터캠퍼스 홈페이지]

◇네덜란드·미국, 산학연 통합 전문인력 양성...학술 연구까지 원스톱

네덜란드와 미국은 일찌감치 산학연이 함께 하는 거대 산업연구단지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수돗물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주 레이우아르던시에 조성된 ‘워터캠퍼스 레이우아르던’은 유럽 내 대표적인 물산업 클러스터다. 워터캠퍼스의 장점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체계적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워터캠퍼스의 교육 프로그램은 연령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내 대학과 연구소, 기업들과 교류하면서 인턴십과 취업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실무인력을 대상으로 경영전문과정(MBA)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해 5일간 진행되는 ‘유럽 워터캠퍼스 비즈니스 챌린지(EWCBC)’를 프로그램을 실시해 유럽 전역의 수도사업 기업인, 연구자, 실무기술자, 투자자, 공무원들의 교류와 최신 기술·산업 트렌드의 공유를 촉진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 ‘글로벌 워터센터’ 시설 전경.[사진=글로벌 워터센터 홈페이지]
 
미국의 대표적인 물산업 클러스터는 2013년 민간 주도로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에 설립된 ‘글로벌 워터센터’다.

글로벌 워터센터의 특징은 물산업을 중심으로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생명공학, 토목공학, IT, 에너지, 환경·보건, 시스템 디자인 등 다제간 산학협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또 연구 수행 시 참여기업과 대학 인력이 함께해 졸업 후에는 해당 참여기업에 바로 취업이 연결되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수자원공사(PUB)’ 산하 '마리나 배라지 댐'(왼쪽)과 ‘싱가포르 워터 아카데미(SgWA)’ 자료사진(오른쪽).[사진=싱가포르 워터아카데미(SgWA) 홈페이지]

◇싱가포르·일본, 실무 기반 전문역량 연수 강화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수자원공사(PUB)’ 산하 ‘싱가포르 워터 아카데미(이하 SgWA)’를 개설했다. 개설 후 싱가포르 국내 뿐 아니라 국제 실무자들을 위한 전문 연수 기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지자체 상수도 인력들 역시 해외연수 시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하나다. 
SgWA 프로그램은 특히 실무 엔지니어링 중심의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전체 36개 과정 중 ‘SgWM(SINGAPORE WATER MANAGEMENT) 시리즈’와 ‘공학 및 운영’ 프로그램은 수돗물 각 영역별로 세부화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SgWM 시리즈는 시니어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수질 관리와 우수 관리, 용수 재이용, 급수망 관리 4개 분야에서 도시 모범 사례를 통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다.

초보 및 중급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공학 및 운영’ 프로그램을 수료할 경우 담수화, 누수탐지, 하수도, 정수, 배수 및 급수, 관망관리 등에 대한 싱가포르 '인력숙련자격(Workforce Skills Qualifications, WSQ)'을 획득할 수 있다.
 
'일본수도협회'의 직급별 맞춤형 연수체계도.[자료=한국상하수도협회 제공]

대표적인 수도 선진국인 일본은 수돗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급과 연차에 맞춰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도쿄도와 오사카시 등 지역별 수도국은 교육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시설 보수·관리 업무 위주의 실기교육, 배수관 공학 기술 강습 등 실무현장 체험형 연수를 실시한다. 특히 ‘일본수도협회’는 신입사원·3년차 미만, 3년차 이상·주임·계장, 관리자, 수도시설관리자, 수도사업관리자 등 각 직급 별로 맞춤형 연수체계를 마련해놓고 있다.
 
대전 유성구 '수도관망교육센터'에서 실시된 직원 직무교육 중 '관 세척' 실습 모습.[사진=수자원공사 제공]

◇국내, 전문교육 시설 도입 걸음마 떼

최근 국내에서도 수돗물 인력 전문교육 시설 도입이 시작되고는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대전시 유성구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수도관망교육센터’를 개관했다.

수도관망교육센터에서는 현장과 유사하게 조성된 실습 시설을 통해 관망유수율 제고, 관로 원격감시제어, 블록시스템 구축, ICT기반 수도운영기술 등의 관망관리 실무기술을 교육한다.

공사 직원들의 기술역량을 높일 뿐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과 국내외 물산업 기술자 등 연간 2000명의 수도 관망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감도.[자료=환경부 제공]

지난 4일 개관한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설치된 ‘워터캠퍼스’ 역시 오는 10월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다.

워터캠퍼스는 수처리 시설과 관망시설, 전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전문인력들의 역량 강화 연수와 대학-기업체 간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 수요 맞춤형 인턴십 및 취업 연계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OECD '물 관리 거버넌스 원칙'...효율적·지속적 물관리 공감대 높여

전세계적으로도 물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2015년 5월 11일,  OECD 지역개발 정책위원회는 '물 관리 거버넌스 원칙'을 채택했다. 물에 대한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OECD는 "가입국들의 물 관련 기반시설은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력과 노후화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거버넌스 시스템은 증가하는 물 수요, 환경 문제, 지속되는 도시화 현상, 기후 변화 그리고 물 관련 재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원칙을 만들어 각 정부가 더 적절한 물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OECD는 물관리 정책의 성공은 "정책의 일관성, 이해관계자의 참여, 적재적소에 잘 설계된 법규정, 정보의 적절성과 접근 가능성, 충분한 능력, 그리고 청렴성과 투명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실행을 위해 정치적 의지와 정책의 지속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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