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탠트럼(발작)'에 세계경제는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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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8-2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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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질서의 파괴자 트럼프

  • 트럼프의 정신건강 논란 확대

[이수 논설위원]


질서의 파괴자 트럼프

*지난주(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하늘을 쳐다보면서 자신은 대중(對中) 무역 전쟁을 위해 '선택 받은자'(the Chosen One)라고 자처했다. CNN, MSNBC 등 美언론이 트럼프는 자신을 정말로 구세주로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적인 기사를 내놓자, 이틀 후 트윗을 통해 자신이 한 말은 단지 농담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이들 언론사를 '가짜 뉴스' 매체라고 비난한다. 이어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지난주(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보복관세로 맞대응 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적(enemy')이라고 지칭했다. 또 대통령인 자신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위협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적'으로 몰아 세웠다. 시 주석과 파월 의장 둘 중에서 '누가 더 큰 적'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트윗을 날리자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했다.

*미국에는 "중국이 필요없다"며 초강경 자세로 나가던 트럼프는 180도 달라졌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이 무역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전화를 먼저 걸어왔다고 밝히며 "우리는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합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great leader)'라고 칭송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 날 트럼프가 언급한 미·중간 통화 접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통상적 실무 접촉에서 통화한 것을 트럼프가 오해했거나 과장해서 발언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로 전날(25일) 트럼프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조찬 회동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부과 결정을 재고할 생각(rethinking)이 있느냐는 존슨 총리의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대답했다. 재차 물었는데, "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마음이 바뀐다. (I have second thoughts about everything)"라고 답했다. 그의 발언이 미국의 대중 강경 입장 후퇴로 해석되자 그의 참모들은 언론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스테파니 그레삼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더 높게 올리지 않은 점을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오해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거든다.

*지난 20일에는 2주 뒤로 예정된 덴마크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한다. 자신의 그린랜드 매입 희망 의사를 "터무니없다"(absurd)고 일축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에 대해 'nasty' (형편없다)'는 표현으로 비난을 한다. 덴마크 정치권이 시끄럽자 23일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전화 통화를 하며 갈등은 일단락 된다. 이제 그는 프레데릭센 총리를 '멋진 여성(wonderful woman)'이라고 치켜세운다. 북극의 '얼음 땅' 그린랜드는 '희토류' 등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좋은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은밀하게 상대방의 의향을 사전에 타진하는 것이 관례이다. 트럼프가 불쑥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꺼내니 덴마크 정부로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트럼프에게는 상대방이 그에게 개인적으로 나이스(nice)하게 대하느냐 또는 내스티(nasty)하게 대하느냐가 국가의 이익이나 가치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홀로 고립된 '왕따"였다. 이란·시리아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G8'이 되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다른 국가들은 동조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1998년 G7에 합류했다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사건으로 멤버에서 제명됐다. 작년 6월 캐나다 G7 회담에서는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는 개최국이었던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겨냥해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뉴스는 매일 홍수처럼 쏟아진다. 위에서 열거한 내용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가 현재 얼마나 이례적이고 유별난 방식으로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끌고 있는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2016년 집권에 성공한 '정치적 이단아' 트럼프의 등장으로 많은 국가들이 그의 돌출 언행과 '널뛰기' '오락가락' 행보에 매일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경선후보로 트럼프에 도전장을 내민 전 일리노이주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인 조 월시는 "우리는 자신이 저지르거나 발언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 남자를 백악관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이 남자(트럼프 대통령)의 탠트럼(tantrum·발작)을 지긋지긋해한다. 그는 어린이"라고 비난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소위 '트럼프 탠트럼'으로 인해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번 주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이 올라갔다. 이 같은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28일(현지시간) 역전폭은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미국이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이유이다.  미·중 무역 전쟁과 더불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 홍콩 시위 등 글로벌 악재가 더해지면서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트럼프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특유의 '변덕과 변칙 전략'으로 적대국은 물론 우방국까지 심지어는 자신의 참모들까지 혼란에 빠트리곤 한다. 말 뒤집기가 모든 정치가들의 공통점이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는 특히 유별나다. '변덕'이라는 표현으로도 뭔가 부족한 듯하다. TV 리얼리티 쇼 진행자 출신답게 외교도 TV 쇼처럼 여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은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과 주연을 맡은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신건강에 대한 논란 

트럼프의 언행이 고도의 정치적 책략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혹의 눈길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는 37명의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정신 건강을 분석해 놓은 책이다. 여기에서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필립 짐바르도와 심리치료 전문가 로즈메리 소드는 트럼프를 어린아이 수준의 극단적 쾌락주의자이자 미성숙한 폭군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측근인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의 정신 건강이 병적인 상태에 있다고 자주 주장하는 인사이다. 그는 트럼프를 자신을 최고로 생각하고 착하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행동을 일삼는 'malignant narcissist'(악성 나르시스트)로 규정한다.  지난 일요일 MSNBC 등 TV에 출연한 다수의 심리학자들도 트럼프를 '나르시스트' 또는 '성공한 소시오패스' (successful sociopath)라고 비난했다.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위협적인 언어와 태도로 자신의 파워를 과시하는 것을 즐겨한다.  뉴욕타임스가 그를 '위협 대장'(threatener-in-chief)이라고 지칭한 이유이다. 그러나 자신의 '허세'가 통하지 않으면 갑자기 유턴을 해 모호한 해법이나 실속 없는 성과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이젠 너무 진부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거듭된 경제 보복 위협에 불구하고 미국과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협상 전술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패를 읽은 이상 이젠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리틀 로켓맨'으로 조롱받다가 트럼프와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북한의 30대 절대 권력자가 연달아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G7 폐막 회견장에 도착한 트럼프 (비아리츠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폐막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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