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홍콩시위로 '고심'" 中 지도부,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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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8-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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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다이허 전문가 좌담회 개최…인민일보서 동정 사라진 習,李

  • 무역전쟁 장기전, 경기부양, 홍콩시위, 대만문제 대응 등 논의

중국 최고 수뇌부의 연례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최근 개막했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 국내 경기둔화, 홍콩 반중시위,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갈등 등 문제로 중국 지도부가 그 어느 때보다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만큼 베이다이허 회의에 눈길이 쏠린다.

3일 관영 신화통신은 “쑨춘란(孫春蘭) 부총리와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위임을 받아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각계 방면의 전문가 58명과 만나 위문을 겸한 좌담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허베이성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내며 주요정책을 논의하는 연례 비공개 회동이다. 현직 지도부 인사가 베이다이허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하는 것을 회의가 공식 개막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주요 관영매체에선 이달 1일부터 주요 지도부 인사들의 동정 보도가 사라져 사실상 회의가 시작됐음이 짐작돼왔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세부적인 논의 주제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속 경기둔화 그림자가 짙어지고,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대만 문제 등 산적해 있는 현안과 함께 신중국 설립 70주년을 앞두고 민심 잡기를 위한 당내 사상·선전 교육 강화 등 내용이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가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4일 보도하기도 했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이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이미 무역전쟁 장기전을 위한 대비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30~31일 상하이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된 것도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전략을 수정해 장기전 태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협상이 끝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며 오는 9월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또 다시 경고장을 날린 이유다. 이에 맞서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반격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반격을 예고한 만큼,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앞서 주문한 미국산 대두 구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희토류 대미 수출 제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매케나대 교수는 앞서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베이다이허 회의 결과가 무역전쟁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며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분기로는 2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 경기지표도 석달 째 위축세를 이어가는 등 하반기 중국 경기둔화세는 한층 더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회의에서도 중국 하반기 경제정책을 논의하면서 경기하방 압력 증대 속 위기의식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통화·재정정책 강화, 내수 활성화, 중소 민영기업 대출 지원 확대, 인프라 투자 등 안정적 경제 성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함께 좀비기업 청산, 대외개방 확대, 금융리스크 통제 등 경제구조 개혁 추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행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으로 촉발된 반중국,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지는 것도 중국 지도부로선 골칫거리다. 올해 신중국 설립 70주년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국 공산당 리더십을 강화하려던 시진핑 지도부에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 셈이다.

홍콩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공격하는 등 과격 양상을 띠면서 이를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개의 체제) 원칙을 흔드는 행위로 보는 중국 지도부로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특히나 홍콩 반중 시위 문제를 어떻게 원활히 처리하느냐는 대만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현재 중국 지도부로선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홍콩 정부의 자치권을 존중해 법에 따라 사태를 처리하는 걸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계엄령 같은 비상사태를 선포해 중국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 관련 문제도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올 초부터 대만 '통일론'을 본격적으로 제창해 온 중국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대만 행정부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대만을 지지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만에 잇단 외교적·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물론 중국인의 대만 비자 발급을 제한, 개인 자유여행을 사실상 잠정 중단시키며 경제적 압박도 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시장 공략을 노리는 대만 기업인과 청년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당근'과 '채찍' 접근법을 취하는 모습이다. 

한편 회의가 열리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 지역은 최근 삼엄한 검문과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 유래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공산당은 1953년 무더운 여름철에는 주요 지도자들이 베이다이허에서 근무할 것을 결정했다. '휴가 겸 근무'의 형식으로 지도자들은 베이다이허에서 모여 휴식을 취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 2003년 이후 베이다이허 근무제는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비공식적 회의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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