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자' 박서준 "나이에 맞는 역할 찾기, 숙제이자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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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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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자'(감독 김주환)의 용후는 '사신'이라 불리는 격투기 챔피언이다. 어릴 적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세상에 적의를 품게 된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배우 박서준(31)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제게 처음 보는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다"는 포부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박서준은 제 안의 낯선 면면을 하나씩 꺼내 관객에게 선보였다. 묵직하고 예민하며 웃음기 없는 모습은 관객에게 새로운 '얼굴'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영화 '사자'에서 용후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사자'는 2017년 565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던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주연배우 박서준이 재회해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 이번에도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십분 즐길 수 있었다.

"'청년경찰'이 끝날 때쯤, 감독님께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연기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고 평소 고민하던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드렸죠. '인물이 강하고 진지하며 유쾌한 부분보다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내가 준비 중인 게 있다'며 '사자'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흥미가 생겼어요."

시나리오를 받은 뒤에는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평소 박서준이 연기해왔던 인물과는 다른 색깔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은 그는 깊은 내상을 입인 인물로 적은 대사량으로 인물의 상처와 고민을 드러내야 했고 판타지적인 상황과 설정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연기적, 장르적 도전에 고민하고 있었던 박서준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영화 '사자'에서 용후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나리오에 푹 빠져 연기한 그에게 "완성본을 보니 어떠냐"고 묻자, 그는 "연출적인 면으로는 전문지식이 없어 모르겠다"며 대신 연기적인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고 돌려 답한다.

"이게 직업병인 거 같아요. 연기 위주로 보게 되더라고요. 제 출연작을 보면 제 거만 보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잘 모르지만, 오컬트라는 장르 안에서 본다면 '오컬트'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거 같아서 좋은 거 같았어요."

그가 언급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말은 반대로 풀어 해석한다면,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사자'는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오컬트적 요소가 약하다", "장르가 모호하다"며 호오가 갈리는 상황.

"어느 영화나 호오는 갈린다고 생각해요. 극장도 많아졌고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잖아요. 우리 영화도 선택의 폭을 넓힌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점에서 의미가 있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호(好)'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영화 '사자'에서 용후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기존 오컬트 장르와 결이 다르다는 점도 함께 설명하기도 했다.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결국은 "대중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이었다.

"대중적인 선택 안에서도 나름 사전 조사는 철저했어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용후라는 인물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오컬트라는 소재는 영화를 표현하는 도구였고 용후가 만나는 상황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감정과 맞닥뜨리는 이 신선한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던 거죠."

그의 말처럼 '사자'는 박서준에게 여러 가지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캐릭터, 연기, 액션까지 어느 것 하나 신선하지 않은 게 없었다.

"액션에 판타지적인 상상이 가미되어서 신선한 점이 많았죠. 시작도 상상력으로 시작했고, 액션을 취하는 순간순간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도 뜬구름 잡는 느낌이 없었던 건 주먹에 LED를 부착했기 때문이에요. (극 중 용후는 악마와 싸울 때 주먹에서 불을 뿜는다) 반사되는 빛을 따라서 연기할 때도, CG를 만들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판타지적인 면을 강조한 건 비단 비주얼만이 아니었다. 액션 디자인에서도 '사자' 팀은 마치 춤을 추듯, 사실감보다 유연한 움직임을 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용후가 지신(우도환 분)의 아지트를 찾아 검은 주교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액션 신의 백미.

"그 장면은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1분 동안 원테이크로 가는데 연습을 진짜 많이 했죠. 동작도 다 외워야 하고 동선도 외워야 하고 원테이크 자체도 부담되고요. 아!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전력 질주를 계속하는 느낌이었어요."

무려 9번의 테이크 끝에 OK를 받을 수 있었다는 그는 아득한 얼굴로 원테이크 신을 떠올렸다. '올드보이'의 장도리신이 떠오른다고 거들자 "그 장면은 평면으로 찍지만 우리는 라운드로 찍어서 한 번에 찍을 수도 없었다"며 나름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사자'에서 용후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서준의 자부심은 이 외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특히 그는 구마사제 안신부 역의 안성기를 말할 때면 "듬직하고 편안했다"며 존경을 표하곤 했다.

"선배님은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연기할 때도, 일상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극 중 제가 선배님의 등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그때 정말 우리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뭉클했어요. 20대 때 보는 아버지, 30대 때 보는 아버지의 느낌이 다르거든요. 지금 우리 아버지는 매우 건강하시지만 뭐랄까 정서적으로 쓸쓸함이 있어요. 그런 마음이 묘하게 들었어요. 안 신부를 보는 용후의 마음도 그랬던 거 같아요.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적으로도 묻어나올 수 있었어요."

데뷔 9년 차.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고 인정도 받았지만, 박서준은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사자' 용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연기에 관한 열정과 갈증 때문이다.

"모든 캐릭터는 저 자신에서 출발해요. 생김새나 목소리는 고유한 거니까요. 다만 어떤 역할이냐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용후는 제 안에 진지함과 쓸쓸함, 외로움을 확장한 캐릭터에요. 처음 맞이하는 생각이라 부딪칠 때도 있었지만 저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는 용후를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필모그래피 역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전에 있던 유쾌한 느낌도 해보고 싶겠지만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니 거기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는 게 숙제이자 목표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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