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생충' 최우식, 희망의 연쇄작용

최송희 기자입력 : 2019-06-18 16:56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지 않아요. 내년에 이 대학 꼭 갈거거든요."

전원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는 명문대생 친구의 제안으로 가짜 재학 증명서를 들고 박사장네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고정수입이 절실한 가족의 희망이 된 기우는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계급, 빈부격차, 계급, 인간 존엄 등 사회적 문제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풀어냈다.

유명 영화제 수상작은 어렵고 따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현재 85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적 재미는 물론 메시지와 캐릭터에 깊은 공감을 전하며 "N차 관람 등을 통해 '나노 단위'로 해석 중"이라고. 이러한 열풍을 몰고 온 중심에는 배우 최우식(29)이 있었다.

지난 5월 제작보고회에서 "'부산행'과 '옥자'보다 역할 비중이 커졌다"는 말을 하려던 그는 "'기생충'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됐다"고 실수해 행사 내내 봉 감독, 선배 배우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던 바. 그의 말처럼 '부산행' '옥자'에서 빛나던 신스틸러는 어엿한 주연배우로서 극을 이끌고 무드를 완성하게 됐다.

"영화에 관한 관심이 쏟아져서 기뻐요. 그런데 그만큼 긴장도 돼요. 제가 그 기대치만큼 잘 해냈을까 걱정이 돼서요. 어떻게 하면 그 기대만큼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고···. 그만큼 보여드려야 할 텐데 말이에요."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거인'을 본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에게 '옥자'의 김군 역을 제안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은 작은 비중에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봉 감독은 또 한 번 '기생충' 기우 역할을 맡기기로 한다.

"감독님께서 제게 김군 역할을 맡겨 주셨을 때 솔직히 조금 의아 했었어요. '내가 김군과 비슷한가?' 싶었죠. 감독님께 (왜 캐스팅 했냐고) 묻지도 못했었고요. 나중에 '기생충' 기우 역을 맡았을 때, '거인' 영재와 '옥자' 김군을 조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 역시도 (시나리오를 읽고) 그렇게 느꼈고요."

봉 감독은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송강호와 최우식을 머리에 떠올렸다고 했다. 두 사람을 아버지와 아들로 설정하고 인물을 그려나갔다고. "기우는 나와 꼭 닮았다"는 최우식의 말이 과장된 건 아니었다.

"기우는 저랑 닮은 것 같아요. '마녀'의 귀공자는 제게 없던 모습을 꺼내야 해서 어려운 점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생충' 기우는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았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따로 준비할 게 없었죠."

최우식은 기우야말로 자신의 연기적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라 여겼다. "연기적으로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면면"을 가진 인물이라며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았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의 첫 인상은 '재밌다'는 점이었어요. 반전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극적인 감정을 보여주더라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얼굴 색이 많아서 기대가 컸어요."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탐나는 작품이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고. 봉준호 감독의 작품인데다가 상대배우는 송강호, 맡은 배역도 '옥자'보다 커졌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부담감은 어마어마 했죠.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거든요. 부담과 걱정, 긴장이 엄청 컸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밝은 모습에서 슬픈 얼굴까지 단계별로 넣은 것도 많고 욕심 내서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겠더라고요. 제가 언제 또 이런 기회를 얻어서 송강호 선배님을 아버지라고 불러보겠어요."

두 가정의 희비극. 최우식은 기우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그리고 있다. "얽히고 설킨 감정을 어떻게 풀어냈느냐"고 묻자, 그는 "최대한 타임라인에 맞춰서 연결시켰다"며 봉 감독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풀어냈다고 치켜세웠다.

"최대한 시간 순서대로 찍었어요. 기우의 감정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지막 장면은 마지막에 찍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기우의 감정에 정말 중요한 신이었는데 마지막에 찍었다면 부담이 커서 잘 못 해쓸 거 같아요. 욕심을 가지게 되니까요. 제 기대만큼 표현을 못할 때도 있고. 그런데 오히려 초반에 찍게 되니까 담백하게 표현된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봉 감독은 이른바 '봉테일'(봉준호 감독과 디테일을 합쳐 부르는 별명)이라 불릴 정도로 '디테일'한 감독이다. 배우들에게도 봉테일과 함께 한 작업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터. 앞선 타임라인 디렉션만 보더라도 배우의 심리 상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파악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봉 감독이 기우 캐릭터에 관해 팁을 준 것이 있느냐"고 물었고, 최우식은 "기우가 절대 부족한 친구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감독님과 이야기 했던 게 기우가 부족해서 백수생활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단지 좀 약한 친구라고 할까. 대학 진학을 실패한 게 사실이지만 생각은 훌륭한 친구거든요. 계획은 언제나 알찼고요 노력도 하고 있어요. 욕심도 야망도 있고요. 이 시대의 청년의 모습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어요."

가슴이 벅찬 듯 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최우식을 한걸음 더 성장시킨 듯 했다. 기우라는 캐릭터가 가진 입체적인 면모,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화려한 커리어까지. '기생충'은 최우식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제겐 엄청난 의미죠. 제 나이 또래 어떤 남자배우가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에서 송강호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칸 영화제의 초대를 받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겠어요! 놀라움과 기쁨의 연속이죠. 라이브를 보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정말 좋은 일도 많이 생겼고 좋은 경험도 많이 얻었어요. 과정이 즐거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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