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문학]마동석이 맡은 마블영웅 길가메시는, 불로초 구한 '중동의 진시황'

이상국 논설실장입력 : 2019-07-30 13:39

[마블 코믹스 속의 길가메시. 수메르신화의 괴력 영웅이다. ]




# 2019코믹콘에서 마블영화 주연 맡은 '마블리'

"길가메시, 돈 리!"

지난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19코믹콘(comic-convention, 국제만화박람회). 이 곳에서 한국인이 호명됐다. 돈 리는 마동석의 미국이름이다. 그는 내년에 개봉할 마블영화 '이터널스'(클로이 자오 감독)에 주연으로 출연할 국내 액션배우로 무대에 올랐다. '마블리(마동석 러블리)'라는 애칭을 지닌 그가, 마블 주연을 맡았다니 절묘하다.

100kg 근육질 체구의 마동석은 충무로 최고의 터프가이다. 그는 영화에서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영웅 '길가메시'역을 맡는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초청작인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장면으로 세계 관객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 이후 쏟아진 러브콜 가운데 마동석이 응한 배역이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다. 한국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마블 스튜디오 주연을 꿰찬 그는 "야구선수로 따지자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느낌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길가메시(Gilgamesh)는 누구인가. 기원전 2700년경 메소포타미아 우르크(Uruk)의 왕이었다. 그는 많은 전투에서 승리하여 왕국을 번성시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활약상은 후대에 구전되면서 신화와 전설 속의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우리는 그 스토리를 들여다보면서, 4700년 전 인물의 실체를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리더들은,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점토판에 새긴다. 그 중의 하나가 '길가메시 서사시'다.
 

[마블 '이터널스'가 마동석,안젤리나 졸리,셀마 헤이엑까지 배우 현장스틸사진을 공개했다.[사진=마블 스튜디오]]

 

배우 마동석이 7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악인전’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성서 '노아의 방주'가 4500년전 길가메시 기록에?

1852년 영국 고고학자 헨리 레어드는 이라크 모술의 도서관 터(기원전 7세기에 건립 추정)에서 수수께끼의 점토판을 발견했다. 당시 학자들은 점토판 속에 씌어진 쐐기문자(아카드어)의 내용을 해독하지 못했다. 이 점토판은 20여년 간 영국박물관의 창고에 들어가 있었다. 1872년 조지 스미스(이집트-아시리아 전시관의 연구원)가 점토판을 풀어냈다. 여기에 적힌 기록은 성서보다도 훨씬 오래전에 기록된 것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스미스가 밝혀낸 길가메시 서사시는 3000행이 넘는 긴 스토리였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대홍수 기록이었다. 서사시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는 '길가메시의 조상' 우트나피시팀은 이렇게 말한다.

"신들은 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했지. 나 우트나피시팀은 '에아'신을 정성껏 모셨는데, 이 신이 내게 그걸 알려줬어. 에아신은 이렇게 말했어. '오, 슈르팍 사람, 우바르 투투의 아들이여. 네 집을 허물고 배를 만들어라. 재산은 버리고 생명을 도모하라. 가진 것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네 목숨을 구하라.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씨와, 동물들, 보석, 가족과 하인을 네가 만들 배에 실어야 하니 배의 치수를 미리 잘 계산해야 한다.' 이후 6일간 밤낮 없이 비가 내렸고 세상이 잠겼어.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지. 오직 내가 만든 배만이 남아서 물 위로 떠돌다 니시르 산에 닿았지. 7일째가 되자 폭풍이 그쳤어. 나는 먼저 새들을 날려 보냈지. 그런데 돌아오지 않더군. 어딘가에 육지가 있겠구나 생각했고 결국 우리는 그곳을 찾아냈어. 육지에서 신에게 제물을 바친 뒤 그 보답으로 나는 영생을 얻게 되었지."

이 대목은 성서의 '노아의 방주'와 너무나 닮아있다. 길가메시 스토리가, 어떤 경로로든 성서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행하는 길가메시와 엔키두.]



# 길가메시 아버지는 사람, 어머니는 여신

서사시에 기록된 '길가메시'는 어떤 존재인가.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 아버지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여신이었다. 그의 몸은 3분의2가 신이었고 3의1은 인간이었다. 길가메시는 오만하고 난폭해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신들은 길가메시를 해치우려 진흙으로 엔키두를 만들어 우르크로 보낸다. 엔키두는 숲 속에서 짐승들과 함께 살면서 힘을 키운다. 엔키투는 온몸이 털투성이에 머리는 산발한 채 길게 늘어뜨려 짐승같은 형상이었다. 옷 대신 동물가족을 덮어쓰고 있었다. 길가메시는 엔키두가 자신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름다운 여성을 그에게 보내 유혹을 하게 한다. 그녀의 이름은 샴카트(성전의 창녀라는 뜻이다)였다. 샴카트는 짐승같은 엔키두를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를 우르크로 데리고 가서 산다.

엔키두는 우연히 길가메시를 만나는데, 둘은 격렬한 레슬링을 벌인다.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승부 끝에 둘은 손을 잡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마침 숲속에서 괴물 훔바바가 나와서 입으로 불을 뿜으며 공격해왔을 때, 둘은 협공으로 괴물을 물리친다.
 

[사자를 사냥하는 길가메시.]



# 친구 엔키두를 잃고 난 뒤, 영생을 꿈꾸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우정이 더욱 깊어졌다. 그 무렵 여신 이슈타르가 길가메시에게 청혼을 한다. 길가메시는 그녀의 청혼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모욕까지 안겨준다. 이 사태를 지켜보던 신들은, 길가메시를 처단하려 거대한 황소를 보낸다. 엔키두가 나서서 이 소를 죽이는데, 신들은 격분하여 엔키두를 죽이고 만다.

친구를 잃은 길가메시는 크게 상심한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은 왜 죽는가. 살려고 태어난 인간이 왜 죽어야만 하는가. 길가메시는 영생의 비밀을 얻기 위해, 이미 영생을 누리고 있던 조상인 우트나피시팀을 찾아간다. 그는 불로초가 있는 곳을 가르쳐준다. 길가메시는 마침내 그 약초를 구했는데, 샘을 지나다가 목이 말로 물을 마신다. 그때 뱀 한 마리가 나타나 약초를 물고 가버린다.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길가메시 서사시 점토판.]



#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평범한 행복을 즐겨라

다시 크게 실망하여 길을 걷고 있을 때 젊은 여인 시두리가 나타난다. 여인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죽음을 거부할 수 없어요.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현실 속의 작고 평범한 행복을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랍니다." 길가메시는 마침내 인간으로 살다가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길가메시 스토리는 진시황의 꿈과 닮아 있는 '인간 영생불사에 대한 욕망과 추구'를 담고 있다. 마동석의 괴력으로도 붙잡지 못할 '영원'에 대한 꿈이, 4700년 전에도 저렇게 절박한 인간의 몸짓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는 기분이 묘하다. 지금도 불로장생은 인간이 여전히 놓지 못한 화두가 아니던가.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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