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 윤석열’은 부친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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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07-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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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원칙주의자로 정평

  • 제자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정경유착 제거할 것"

2017년 2월 서울시내 선술집에 50대 중반의 남성들이 모였다. 얼큰하게 술기운이 오르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당시 한참 진행 중이던 국정농단 사건과 특검의 수사로 넘어갔다. 박영수 특검에 이어 윤석열 수사팀장으로 주제가 넘어가자 누군가 말했다.

“윤석열 검사 말이야, 윤 교수님 아들이래”
술자리 대화라는 것이 으레 그러하듯 각자 자기 할 말만 하기 바쁘고 듣고 싶은 말은 듣기 마련지만 그 순간만큼은 좌중의 시선은 한곳으로 몰렸다.
“아 그랬군. 어쩐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
“DNA는 어쩔 수 없나봐”

선술집에 모였던 이들은 연세대 상대 79학번 동문들이었다. 이들이 말하던 ‘윤 교수님’은 윤기중 응용통계학과교수(현 명예교수)다. 윤 교수는 우리 경제의 경기변동 모델을 수치적으로 분석하고 불평등의 원인과 배경 등을 규명하는데 큰 업적을 세운 학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어느 대학이든 학점이 후했다. 지금에야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결석을 해도 시험만 치르면 낙제는 면할 수 있었고 심한 경우 시험 대신 리포트로 대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 교수 수업만큼은 예외가 없었다.

“한번은 기말고사 전에 교수님이 몇몇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더니 ‘너희들은 시험칠 필요가 없다’라고 하셨다”면서 “결석이 많아 시험을 치르더라도 낙제라는 것인데, 급히 벼락치기 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있었지만 모두 예외없이 F학점을 받았다”라고 회고한 제자도 있다.

지금은 반백이 된 그는 “당시 상대 교수님 중에는 대충대충 지내는 분도 계셨고, 장사꾼 같은 분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윤 교수님은 원칙주의자, 인성을 중시하는 사람,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윤기중 명예교수 [사진=연세대 인터넷 홈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골’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지게 된 것도 부친인 윤 교수 영향이라는 것이 많은 이의 생각이기도 하다.

윤 총장이 25일 취임사에서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며 “공정한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반칙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계에 따르면 윤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자유주의 경제의 기본 취지와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력 집중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정경유착 같은 문제만 해도 시장경제 결함 때문이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가진 강자들의 반칙 때문인 만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 취임사는 그런 면에서 부친의 시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분명하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취임사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향방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특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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