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자신을 파는 이 사람의 정체.... 기획자 유태형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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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7-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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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걸 도전하고 싶고 이와 동시에 많을 걸 갖고 싶어한다.

도전을 하면 원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만 했던 프로젝트를 누군가는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는 것.

‘유태형을 팝니다’ ‘솔로대첩’ 등 들으면 알법한 행사들을 같은 사람이 기획을 하고 실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기획자 유태형 씨의 인터뷰 이다. 그의 기획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유태형 씨 제공]


Q. 기획자의 삶을 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진짜 우연이었던 거 같아요. 원래 저는 이과였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학공학과 (이하: 화공과)를 가고 싶었는데 다른 과목은 다 잘보고 수학만 5등급이 나온 거예요.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어요. 그래서 경영학과를 갔는데 가서도 뭘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던 중에 ‘마케팅’이라는 걸 알게 됐고 광고가 재미있어 보여서 광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중에 ‘솔로대첩’이라는 행사를 하나 열게 됐는데, 그게 저의 삶을 기획자의 삶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Q. 가장 기억에 남거나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Do you know Obama? (두유 노우 오바마?)’라는 프로젝트인데 사실 가장 망했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프로젝트예요.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랑 너무 닮아 있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패해서’인 것 같아요.

힘의 불균형을 시사하고 싶었어요. 사실 힘의 불균형은 언제나 존재하고 유치원 때부터 있어왔거든요.

힘이 강한 아이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도 직급이 있고 권력이 있고 회사 간에도 힘이 달라서 그 안에도 권력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나라와 나라 간에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거든요.

이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기는데, 예를 들면 사회에 만연한 ‘인맥’이라는 것들이 그 사람의 실력은 아닌데 그 사람의 ‘권력’처럼 보여지고, 그게 실제로 ‘성공’으로 돌아오는 걸 봤을 때, 재능과 가능성이 있어도 그런 인맥 같은 것들이 없다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런 것을 시사하기 위해 가장 평범한 중학생과 가장 권력이 있는 미국의 대통령과 연결을 해보고 싶었어요.

Q. 그렇다면 그 ‘Do you know Obama?’ 라는 프로젝트에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에게까지 전달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에 전해지는 소식은 없나요?

A. 네, 없어요. 근데 마크 리퍼트 대사와 오바마 대통령과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잊지 않았다면 전달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유태형 씨]


Q. ‘Do you know Obama?’ 편지에 어떠한 내용이 써져 있었나요?

A. ‘오바마 대통령님 10년간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딱 한마디 썼었어요. 편지의 내용이 아니라, ‘편지가 전해지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Q. 기획을 하면서 “잘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은 없었나요?

A. 당연히 있죠. 그런데 사실 저는 ‘실패’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그냥 하고 싶은 게 있는 거고, 그걸 목숨과 바꿔서라도 만들어 내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두렵긴 하지만 그만해야 된다는 선택지가 저한테는 없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말을 한번 뱉으면 무조건 해야 되기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을 때만 말을 하는 편이에요. 말해놓고 안 하면 쪽팔리잖아요.

Q. 가장 흥미롭게 본 것 중 하나가 ‘유태형을 팝니다’인데 어떠한 프로젝트인가요?

A. 경매라는 것은 어떠한 물건을 조금 더 싸게 사기 위해서 혹은 내가 이 물건을 꼭 갖기 위해서 혹은 내가 가진 물건을 더 비싸게 팔기 위해서 하는 게 경매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경매에 붙였어요. 저는 비싸게 팔리고 싶은데,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보니까 경매가 있더라고요.

그럼 나를 경매를 붙여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가상의 경매장을 만들었고, 기업들은 여기에 입찰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입찰을 하면 할수록 내 가치는 높아지잖아요.
 

[사진= 유태형 씨 제공]


Q. 그렇다면 얼마에 팔렸나요?

A. ‘인큐’라는 회사에 천만 원에 팔렸어요. 이외에도 숙취해소음료를 만드는 회사에서 1억의 연봉 제안까지 받았어요.

Q. 처음에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의 반응은 어땠고 지금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TV에 많이 나오고 엄마 아빠가 존경했던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그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고 그 사람들이 저를 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납득을 하시게 된 거 같아요.

Q. 유태형 씨만의 프로젝트 아이디어 구상 및 기획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지금 봐도 의아한 게, 대학생이 갑자기 프로젝트를 열었는데 초대박이 나고 그 다음에 무언가를 했는데 뉴스에 나오고... 그게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기획을 하는지’ 정리를 해봤는데 사람의 뇌를 이용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 사람이 지금까지 겪었던 것이 그 사람의 습관과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어떤 자극을 주면 그 사람의 습관대로 움직이게 되는 거예요.

이걸 알고 나니까 ‘던지기만 하면 이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하겠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고, 이번에 정리하면서 행동심리학이나 뇌 과학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심리학이나 뇌 과학을 기반으로 기획을 하고 있었던 거죠.

Q. 그렇다면 기획을 하고 얼마 만에 실행을 하는 편인가요?

A.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규모가 크면 한 달, 규모가 작으면 하루~사흘 정도면 충분해요.

Q.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후원을 받으시나요?

A. 저는 후원 하나도 안 받아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모두 예산 없이 한 거예요.
 

[사진= 유태형 씨 제공]


Q.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중요시여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상대방의 의식의 흐름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서 그게 그 사람의 뇌에 들어가서 어떠한 과거를 불러올 것이고 그 다음에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요.

이게 ‘내 마음에 드느냐’ 아니면 ‘그 사람 마음에 드느냐’를 생각해서, 내 마음에만 드는 건 배제하는 편이에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유태형 씨는 가지고 싶은 걸 가져본 적이 있나요?

A. 네, 저는 주목받는 마케터가 되고 싶었는데 됐어요. 그리고 뛰어난 인재로 보이고 싶었는데 그것도 보여줬어요.

그런 식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됐고, 피아노를 잘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됐어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유태형은 얼마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모르겠어요. 이 프로젝트를 했던 이유도 사실 모르겠어서 했던 거예요.

내가 뭘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가치는 달라지는데 시장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분야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요. 그리고 어떠한 물건이 우리나라에서는 3천원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더 싸게 값이 매겨질 수도 있고, 비싸게 값이 매겨질 수도 있어요.

이걸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에는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Q. 마지막으로 가지고 싶은 걸 갖고 이루고 싶은 걸 이루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남을 관심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 되고 싶으면 그 무언가를 봐라봐 주는 건 사람들이예요.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라봐야 그게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지갑을 지갑처럼 만들어야 사람들이 지갑이라고 할 텐데 지갑이 아닌 이상한 걸 만들면 내가 봤을 때는 지갑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지갑이 아니면 이건 지갑이 아니잖아요. 이걸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으면 남들이 봐도 우주비행사인 것 같은 사람이 되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면 남들이 봐도 영화감독인 것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유태형 씨와]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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