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그 후] 울산시, 해상풍력 '日 방공식별구역' 뒤늦게 석유공사 확인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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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동욱 기자
입력 2019-07-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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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공사, 동해가스전 플랫폼 헬기 물자 공급시 日 자위대 신고…"공사에는 선박 이용으로 지장없어"

해상풍력발전시설 모습. [사진=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동해가스전이 일본 '방공식별구역'이라는 얘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우리나라 바다 안에 세워지는데, 공중과 무슨 관계 있나"

지난 5일 동해 앞바다에 추진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중심이 될 한국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지역이 일본 '방공식별구역'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일반 독자들보다 울산시 관계자들의 반응이 더 뜨거운 듯했다.

이날 기사 취지는 '(일반의 상식과 달리) 동남쪽 58km 지점에 설치돼 있는 동해-1 가스전 시추시설(플랫폼)의 영공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밖에 위치해 있다. 시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물자를 공급할 때마다 일본 자위대에 미리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는 이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혼란이 우려된다'로 요약된다.

사실 '동해가스전이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은 지난 2005년 동아일보의 첫 보도로 이미 알려졌다. 14년 전에 나온 정보가 묻혀있다가 다시 뉴스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울산시가 동해가스전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신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마스터 플랜은 가히 글로벌 수준이다. 송철호 시장이 글로벌 마케팅을 벌인 결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은 GIG(호주), 에퀴노르(노르웨이), CIP(덴마크), 헥시콘AB(스웨덴), PPI(미국), EDPN(독일) 등 6개사에 달한다

애초 울산시가 계획한 발전 규모는 원전 1기와 맞먹는 1GW급. 5개 민간투자사가 계획 중인 발전용량은 1~2GW급으로 모두 합하면 6GW를 넘는 매머드 규모다. 부유식 해상풍력 1GW당 통상 6조 원이 들어가는데, 단순 계산해 민간투자사들의 사업 계획이 모두 현실화된다면 총 36조원 가량이 울산 앞바다에 투입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이지만, 이번 보도와 관련해 울산시 담당부서가 보인 반응을 보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보도가 나간 날, 담당 부서는 저녁에야 부랴부랴 '동해가스전 일본 방공식별구역' 사실 확인작업을 벌였다. 담당부서는 석유공사에 전화, 이를 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그날 울산시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상에 설치되는 공사이기 때문에 그 지점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다하더라로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공사 자재는 선박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 경계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보도 이후 기자와 전화에서 "방공식별구역이라는 국제법에도 포함되지 않는 개념을 꺼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못하게 될 것처럼 '한건주의'식으로 보도하는 게 맞느냐"며 "(겪어보지 못한 대형 프로젝트를) 우리도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울산시 공무원말고도 일부 독자는 "이같은 기사가 미리 화제거리가 되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타성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요동치는 국제 관계 속에 비상식적 일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나선 울산시가 기본적 사실 확인작업부터 하지 않은 안이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울산시는 지난 5일 한국석유공사 본사에서 석유공사, 에퀴노르(Equinor·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와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 예정 구간은 석유공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동해-1 가스전 주변이다. 석유공사와 대형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 사항조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꼴이다.

해상풍력단지가 본격화되면서, '황금 어장'을 잃게 될 어민들의 해상 집회도 머지 않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호(號)'가 정부의 탈 원전 기조 속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배워가며 하겠다"는 담당 부서 공무원의 하소연이 '망망대해'에 연거푸 밀어닥칠 파고를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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