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인하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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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금융부 부장
입력 2019-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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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금융부장]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이 같은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분기도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췄고,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역성장 쇼크’라는 충격에 한국은행은 기어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더하겠다는 계획이다.

5월까지만 해도 금리인하 검토 계획이 없다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월 들어 통화정책 관련 시그널을 바꿨다.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중 무역마찰 및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유럽 등 전 세계가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달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한국은행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한은의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지고, 투자 욕구도 커진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함께 통화정책 지원이 경기회복에 일정 부분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금리인하가 한국 경제에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오히려 금리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여러 나라들이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제로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에 이어 양적 완화라는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이들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적인 부양책을 시사했고, 다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제도 다시 둔화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오랜 저금리 기조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등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최근 전개되는 경기둔화가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성장과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시키는 통화정책이 정작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국내 시장만 들여다봐도 우려되는 부분은 적지 않다. 이번 정권 들어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증가율을 둔화시켜놨는데,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인 150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로 인한 증가율 재상승은 시한폭탄과도 마찬가지다.

또 최근 시중에 돈이 풀려도 돌지 않고 고여 있는 추세가 강해진 만큼,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통화유통 속도는 2013년까지 0.80을 넘었으나 2014년 0.78, 2015년 0.76으로 연이어 내려갔다. 2016년과 2017년에는 0.74였고 지난해 들어 다시 하락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으로만 몰린 결과다.

특히 한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개월 연속 후퇴한 반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이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다시 한 번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어붙어 있는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인하가 지금 당장 충격요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통화 완화조치가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특단의 대책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컨트롤이 불가능한 유동성만 늘려 집값만 자극하는 불쏘시개 역할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금리인하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통화당국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한다. 확실한 답을 기대하지 못한다면 금리인하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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