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은 왜 최고가 됐나, '드워프 신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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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6-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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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드워프 ]


[김세원의 '요괴신령열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6박 8일간 일정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3개국을 국빈 방문하고 귀국했다. 스칸디나비아 3국에 덴마크와 아이슬란드를 더한 북유럽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다. 한국 대통령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드워프(Dwarf)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비롯하여 ‘반지의 제왕’, ‘개구장이 스머프’, ‘아멜리에’ 등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한 덕분이다. 북유럽 언어로 드베르그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초의 생명체인 거인 이미르의 시체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미르를 죽인 에시르신들은 광석으로 가득 찬 이미르의 혈관 속에서 굴을 파고 있던 벌레들을 소인으로 만들고 연장을 주어 귀금속을 캐도록 했다. 그 이후 동화나 신화, 전설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들은 주름 많은 얼굴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몸매는 술통 같아도 광부이자 뛰어난 대장장이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천둥신 토르의 무기인 묠니르와 최고신 오딘의 무기인 궁그니르를 만든 것도 드워프들이라고 한다.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토르가 묠니르를 대신할 무기를 드베르그(드워프)에게 부탁해서 만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J. R. R. 톨킨이 ‘호빗’에서 만들어낸 드워프의 이미지는 그 이후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영향을 끼쳤다. 톨킨의 드워프는 거대한 지하 왕국을 통치하며 위대한 문명을 이룩했고, 인간보다 몸집이 작지만 거대한 도끼나 망치를 들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이다. 심지어 고대 세계에선 갑옷으로 무장하고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드래건들을 몰아내기도 했다. 톨킨은 드워프들에게 키가 작다는 약점을 넘어서고도 남을 만한 육체적 강인함을 주는 한편, 치명적인 약점을 줌으로써 그들을 매력적인 존재로 완성했다. 바로 ‘용의 저주’라고 불리는 황금에 대한 욕망이다. 드워프 왕은 많은 이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황금에 대한 탐욕에 눈이 멀어 악룡 스마우그를 불러들이는 치명적 실수를 한다. 그의 손자인 소린 역시 고결한 전사였지만 황금에 집착한 나머지 친구와의 우정을 배신하고 만다. ‘저 멀리 추운 안개 산맥 너머 깊은 던전과 오래된 동굴로 우리는 떠나야 하네’라는 노래가 스마우그에게 왕국을 빼앗기고 떠도는 드워프들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1958년 벨기에 작가 ‘페요’의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통해 첫선을 보인 파란색 피부의 난쟁이 요정 스머프와 수염을 기르고 끝이 뾰족한 빨간 모자를 쓴 독일의 정원요정 놈(gnome)은 드워프의 사촌쯤 된다. 키는 작지만 배포와 용기,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드워프의 모습은 바이킹과 비슷한 면이 많다. 바이킹 세계에선 여자들도 전사로서 활약하고 명성을 떨쳤지만, 선천적으로 왜소한 사람들은 전사가 될 수 없어 장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드워프는 어쩌면 신체적인 약점을 다른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그들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아닐까?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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