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신령열전]용을 잡아먹는 금시조 '가루다'…힌두교 새가 태국·印尼서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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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5-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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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대관식이 지난 4일 방콕 시내 왕궁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태국 왕실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1950년 선친인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대관식 이후 69년 만에 치러진 이날 대관식은 수 세기 전부터 전해 내려온 불교 및 힌두교의 전통에 따라 치러졌다고 한다.

태국은 불교가 국교지만 1911년 제정된 태국의 국장(國章)에는 힌두교 최고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신을 태우고 다닌다는 신화 속 상상의 새인 가루다(Garuda)가 등장한다. 가루다는 사람의 얼굴과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부리, 황금빛 날개, 억센 발톱을 가진 새들의 왕이다. 두 손은 합장하고 나머지 두 손은 각각 우산과 불로장생 약이 담긴 병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힌두 전설에 따르면 가루다는 힌두교의 최고신 비슈누를 태우고 악령 혹은 사악한 뱀과 싸우며 소원을 들어주는 ‘생명의 나무’에 둥지를 틀고 뱀의 일종인 ‘나가’를 잡아먹고 산다고 한다. 현자 카스야파에게는 자매간인 아름다운 부인 비나타와 카드루가 있었다. 동생 카드루는 1000개의 알을 낳았고, 언니 비나타는 2개의 알을 낳았다. 500년 후 카드루의 알에서 1000마리의 나가 뱀이 나왔고 다시 500년이 지나 비나타의 두 번째 알에서 완전히 성장한 모습으로 가루다가 깨어났다.

가루다는 어머니인 비나타가 이모와 조카인 나가들에게 속아 500년 동안 노예로 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루다는 불로장생 감로수를 구하면 어머니를 놓아주겠다는 나가의 제안에 천국으로 날아가 신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감로수를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 가루다는 나가에게 감로수를 갖다주고 어머니를 구해낸 뒤 꾀를 써서 감로수도 되찾는다.

가루다는 천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슈누 신을 만나 신의 탈것이 될 것을 다짐하고 비슈누 신은 복수를 위해 나가를 먹이로 삼겠다는 가루다의 소원을 들어준다. 동남아시아의 가루다상이 튼튼한 발톱으로 나가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독수리, 솔개 같은 맹금류가 뱀의 천적이 된 것은 이때부터라고 한다.

중국은 인도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가루다를 한자로 가루라(迦樓羅), 혹은 황금빛 날개를 가졌다고 해서 금시조(金翅鳥)로도 불렀다. 중국 불교 탱화에 그려진 가루다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혹이 하나 있는데, 이 혹이 바로 여의주다. 불교 전승에 의하면, 가루다는 끼니 때마다 한 마리의 용왕과 500마리의 새끼 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용의 몸속에는 독이 있어서 오랫동안 용의 독이 체내에 쌓인 가루다는 죽을 때 허공에서 위아래로 몸을 뒤집으며 날다가 금강륜산의 정상에서 최후를 맞이한다고 한다.

가루다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국가 상징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의 이름도 가루다다. 오늘날 힌두교가 지배적인 종교가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가루다가 왕족의 수호신이나 국가의 상징이 된 것은 과거에 인도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세원 논설고문 · 건국대 초빙교수>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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