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의 아버지 서동일 감독의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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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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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정은혜 작가. 아버지 서동일 감독은 정은혜 작가의 이야기를 토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본 아버지 서동일 감독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정은혜 작가과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 아버지 서동일 감독 ]


Q. <니얼굴>은 어떤 영화인가요?
A. 언어 소통이 어려운 정은혜 씨가 그림을 통해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예요.
 
Q. 영화를 통해 정은혜 작가님의 모습을 담으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도 발견했을 것 같아요.
A. 여전히 부모들도 장애인으로 생각해서 변화시킬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장애인의 삶에 가깝게 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은혜 씨가 보여줬죠. 자기 존재를 그대로 인정 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욕구를 우리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Q. 정은혜 작가와 자녀로서가 아닌 동료로서 처음 만나게 됐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A. 은혜 씨는 그림을 진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서 가장 중요한 즐기면서 그려요. 그런 건 비장애인들도 쉽게 가질 수 없는 태도인 것 같고 동료 예술가로서 존경해요.
 
Q. 공과사를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은혜 씨의 아빠이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거리를 두기 위해서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봐요.
 
Q. 정은혜 작가님의 재능을 알아봐준 것도 두분이라고 들었어요.
A. 은혜 씨 엄마가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화실을 운영 하고 있었는데 은혜 씨가 집에서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청소라도 시키려고 데리고 갔는데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샘이 났나 봐요. 옆에서 몰래몰래 그림을 그렸는데 2013년에 화장품 포장을 푸는 외국인의 모습을 그렸어요. 그 그림을 엄마가 보고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서 놀랐죠. 그때 재능을 처음 발견하게 됐어요.
 
Q.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가르치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요?
A. 발달장애인이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그들의 삶에 자립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까. 비장애인 예술가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장애인이 예술을 통해서 시장에 진입 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서 크게 기대를 할 수 없었죠.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예술은 개성이 중요하잖아요. 같은 예술가로서 정은혜 작가님의 그림은 다른 작가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A. 교육 되지 않고 가르쳐 지지 않은 자기만의 시선과 스타일로 완성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Q. 부모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어떻게 하면 독립적으로 설 수 있을까를 들여다 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원해서 온전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아빠는 감독, 엄마는 삽화가, 자녀는 배우라서 시너지가 엄청났을 것 같아요.
A. 가족이 협심해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죠. 엄마는 만화가고 은혜 씨는 그림을 통해서, 저는 영상을 통해서 다양한 제작 방식의 콘텐츠들이 가족 안에서 생산이 됐어요.
 
Q. 영화를 처음 찍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은혜 씨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떤 쓰임이 있을까,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희망이 없었는데 어느 날 본인 스스로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는 걸 그림을 통해서 보여줬고 그림을 통해서 자기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응원하고자 카메라를 들었어요.
 
Q. 작가이자 배우로서 정은혜는 어떤 아티스트 라고 생각하세요?
A.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그 마음이 따뜻해요. 그림에서 독특한 선과 색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느껴져요.
 
Q. 우리는 왜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갖는 걸까요?
A.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통일된 기준, 규범, 그것을 향해서 가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낙오자로 생각하기도 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직 미성숙한 것 같아요. 다양한 생각과 삶이 있다는 걸 잘 보고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부모 조차 장애를 가진 아이를 숨기려고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A. 왜 그래야 되죠? 우리가 장애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불행을 느끼면 안되잖아요. 그건 우리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죠. 그런 불행을 느끼지 않도록 영화를 보거나 식당이나 노래방을 갔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해 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Q. 앞으로 정은혜 작가의 어떤 모습들을 담아가고 싶나요?
A. 열심히 그림을 그릴 것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여러 예술가들과 어울리게 될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시간영수증]



Q. 같은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희도 은혜 씨 고유의 잠재력과 욕구, 의지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걸 발견한 순간 매력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다른 부모님들도 존재 자체를 따뜻한 시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어 있는 매력들이 있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언어 중심 사회로 움직이다 보니까, 소통이 어려우면 관계가 쉽지 않잖아요. 근데 누구나 나름의 비언어적인 소통을 하고 있거든요. 그걸 우리들이 잘 경험 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다양한 주파수들이 서로 만나는 연습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정은혜 작가와 서동일 감독과]

 

[사진= 김호이 기자/ 서동일 감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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