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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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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다빈치를 왜 프랑스에서 더 열광하나

 
 

[사진=AP연합뉴스]

[사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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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일, 프랑스 중부 르와르지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만났다. 그 전까지 양국은 갈등 상태였다. 2월 초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가 ‘노란 조끼’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외교적 충돌이 빚어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해 갈등을 키웠다.
  양국 대통령은 앙부아즈(Amboise) 성(城)내의 성(聖) 위베르 채플에 안치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에 참배하고 그가 말년을 보냈던 클로 뤼세(Clos Lucé) 저택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샹보르 성(城)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 문학, 과학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 중인 양국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이 행사에는 이탈리아 건축계의 거장 렌조 피아노와 프랑스의 우주비행사 토마 페스케도 참석했다. 이를 두고 유럽 언론들은 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 정책과 유럽연합 재정 문제를 두고 외교적 갈등을 겪어 온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다빈치 덕분에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떠난 것은 1519년 5월 2일, 정확히 500년 전이다. 이를 기념해 다빈치와 관련된 나라와 도시들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형식으로 다빈치 서거 500주년 행사를 열고 있으나 기념 행사의 숫자나 다양성 면에서 프랑스가 단연 앞선다. 다빈치가 프랑스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빈치와 제자, 최후의 만찬과 프랑수아 1세’ 전시가 한창인 클로 뤼세 저택에선 9월말 유럽르네상스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이밖에 7월말 앙부아즈 성의 르네상스 무도회,  42개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의 맛' 특별 메뉴 등 다양한 행사가 다빈치의 자취가 남아있는 르와르 지방의 고성 여러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오는 10월 24일부터 4개월간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릴 다빈치 특별전에 맞춰져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다빈치가 남긴 24점의 그림 중 ‘모나리자’를 비롯한 6점과 드로잉 22점을 소장하고 있다.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문화대국 프랑스의 문화, 관광산업 첨병으로서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루브르의 흡인력은 드농 관(館) 2층에 전시중인 세로 77㎝, 가로 53㎝의 ‘모나리자’에 있다. 갤러리 총면적 약 2만2000평, 403개의 전시실에 3만5000점을 전시하고 있는 루브르의 연간 관람객수는 2017년 기준으로 약 1800만명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 발명가, 수학자, 음악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지리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기술자, 도시계획가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 도전한 만능 천재’ 혹은 ‘르네상스맨’의 전형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닷속을 마음대로 오가는 상상을 하며 비행기와 잠수함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의 성(姓)에 나타나 있듯, 다빈치는 1452년 피렌체 인근 빈치(Vinci)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다빈치는 ‘빈치 출신의’(da Vinci)라는 의미이다. 이탈리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왜 피렌체나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 기념행사가 집중돼 있는 걸까? 그의 생애 마지막 3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는 사실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스티브 잡스'의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최근 펴낸 다빈치 전기에서 그의 천재성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초인적인 두뇌를 타고나서가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과 강한 지적 호기심, 예리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다빈치는 유명 공증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당시 지식층에게 필수인 라틴어를 읽거나 복잡한 나눗셈을 할 줄 몰랐다. 빼어난 미남이었지만 당시에는 금기였던 동성애자이면서 왼손잡이에다 채식주의자이기도 했다. 대신 그는 독서와 자연 관찰하기를 즐겼고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붙잡기 위해 평생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다빈치가 남긴 7200쪽이 넘는 과학저작 노트는 메모 습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노트에는 수학 계산, 새의 날개, 비행기기, 물의 소용돌이, 인체의 혈관, 톱으로 자른 두개골과 자궁 속의 태아, 달표면, 화석, 눈과 광학에 관한 메모, 무기 스케치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딱따구리의 혀를 연구하라’, '오늘은 수학 잘하는 사람을 찾아 삼각형과 같은 면적의 정사각형 작도하는 법 배우기', '매주 토요일, 남자의 나체를 볼 수 있는 목욕탕 가기'처럼 그날그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일지처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50대에 접어들어 화가로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밤이면 거주지 인근의 병원에서 시신을 해부하고 수많은 해부도를 남겼다. 동맥경화증을 최초로 발견한 것도 그의 집요한 호기심 덕분이었다.

 밀라노 침공을 계기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는 1516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국빈으로 초청한다. 메디치 가문으로부터의 후원이 끊긴 64세의 다빈치는 '모나리자' '세례 요한' '성 안나와 성 모자' 등 완성하지 못한 그림 세 점을 가지고 수제자와 하인을 거느린 채 알프스를 넘어 앙브와즈궁으로 향한다. 이후 그는 151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사받은 클로 뤼세 저택에서 세 점의 작품을 완성하고 다양한 실험과 건축설계, 연구를 했다. 앙브와즈성은 다빈치로부터 ‘르네상스 양식’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면서, 프랑스 문예부흥의 발원지가 된다.
 나선형 날개를 가진 수직 헬리콥터, 박쥐 날개 모양의 글라이더, 다연발대포 등 클로 뤼세 저택의 지하 홀에는 다빈치가 설계한 도면을 토대로 제작한 40여 개의 발명품 모형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 저널리스트 펠로로 보르도정치대학을 다니던 1993년, 르와르 고성투어를 따라갔다가 과학저작 노트 사본과 발명품 모형을 보고 다빈치가 예술가를 넘어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능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미국 TV드라마 ‘다빈치 디몬스’시리즈에 나오듯 다빈치는 실제로 밀라노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 밑에서 일하면서 많은 무기를 고안하기도 했다.

 서슴없이 다빈치를 자신의 멘토라고 말하는 빌 게이츠는 1994년 ‘레스터 사본’으로 불리던 72쪽 분량의 노트를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3080만 달러(약 349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 노트를 대영박물관에 대여해 주기로 했다는데 대영박물관은 이 사본과 함께 아룬델사본, 포스터사본 등을 다빈치 서거 500주년 기념으로 오는 9월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이들 노트는 모두 '거울형 글쓰기'로 작성됐다. 왼손잡이였던 다빈치는 글을 쓸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좌우로 뒤집어 썼기 때문에 거울형 글쓰기로 불린다.
그는 윤곽선 대신 안개처럼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원근감을 나타내는 스푸마토기법을 창안해 '모나리자'와 ‘암굴의 성모’ 같은 걸작을 남긴 화가였으며 사각형과 원 안에 팔다리를 활짝 뻗은 완벽한 황금비율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으로 상징되는 과학자였다. 또한 시신의 피부를 벗겨 입술이 움직이는 근육 모양을 관찰한 뒤, 이를 토대로 ‘모나리자’의 신비스런 미소와 절묘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특성은 아마도 '창의성' 일 것이다. 창의성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과 과학, 인문학과 기술의 접점을 찾아내 상상력을 지성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뒷받침될 때 발현된다. 15세기를 살았던 다빈치를 21세기로 불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세원 논설고문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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