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정성적표' 4가지 체크리스트 매겨보며 걱정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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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가천대 교수
입력 2019-05-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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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리스크 대응-정책 방향성-관료 운영-국정 성과, 4항목으로 따져보니
 

[곽재원 교수 ]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만찬 회동과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공방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문제를 놓고 이미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어 국회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경제는 소화불량에 걸린 채 도처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과연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정치평론가와 학자들은 정권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다음의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여러 스캔들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안정감 있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익을 잣대로 어려움에 빠진 외교의 난국을 곧바로 수습하고 국가의 위기에 대처하면서 희망을 동시에 제시하는 ‘구상력’과 ‘돌파력’ 같은 것이다.

둘째, 정책 목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보는 일이다.

셋째, 관료 기구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평가기준의 하나다. 정권을 지탱하는 기둥은 ‘행정의 수급조정’ 능력이다. 각 업계 단체의 이익을 공정경제에 편입시키는 시장의 수급조정을 여하히 하느냐 하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없애고 만드는 규제에 대한 정권의 입장이 명확해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하나의 규제를 만들기 위해선 두 개의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룰을 만들어 연방정부 기관에 의무화시켰다.

넷째, 내정에서 외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제 설정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정책의 성과를 나타나고 있는가도 중요한 잣대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내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실행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적어도 일본 젊은이들은 고용 호전을 아베 덕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4개의 준엄한 평가 잣대로 문재인 정권이 최근 나라 안팎의 여러 사안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국정 운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성과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올들어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 1월 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5월 27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 참석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경제와 연구개발 현장을 찾고 있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나라의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대통령이 통찰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 심어주는 효과를 낸다. 대통령의 행보는 단순한 격려 방문이나 지원정책 발표를 넘어 강한 의지를 갖춘 스토리를 담아내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자 행정가다. 정치의 역할은 골(goal)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골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행정은 실행력의 유무(有無)로 판정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에 골을 설치했다. 초심을 다지고 끈기 있게 경제현장을 보듬어 나간다면 반전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경영학의 귀재 피터 드러커는 성공한 경영인과 대통령을 비교하며 “뚜렷한 비전과 튼튼한 목표를 갖고 성실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진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 “인기작전을 하지 말라”는 등의 공통된 덕목을 지적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퇴임 8년째인 1982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LEADERS’ (지도자)에서 “국가에 필요한 것은 정부를 손에 쥐고 잘 작동시키는 경영술이라는 사고방식이 미국에서는 자리잡고 있다”며 “위대한 지도력은 단순한 힘과 함께 대단한 고도의 안력(眼力)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드러커와 닉슨이 주는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사령탑으로 권한을 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료들의 의기(意氣)를 살려 이른 시일 내에 ‘위기탈출을 위한 한국 경제의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인 이노베이션, 인프라, 스킬(기술)을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정책 틀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같은 틀 안에 개도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확대 대책,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지혜, 국가 클린 에너지 기준 마련, 고용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중소기업 지원 등등의 구체적인 안들을 포진시키면 된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을 인터넷에서 찾으면 미국은 22권인데 비해 한국은 657권에 이른다. 이에 반해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등에 관한 인용자료는 미국이 우리보다 30~40배나 많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가 말로만 제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지 3년여가 흘렀지만 그 많은 정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포스트 4차 산업혁명’을 그리며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함은 물론이다.

집권 여당도 정부에 발맞춰 미래의 국가상을 명확히 마련하고, 현상(現狀)과의 격차를 성장전략·사회보장제도·세제·안보정책으로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국가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대안 있는 비판에 나서야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한다.

정권의 능력을 시험받을 때 오히려 창조적 혁신의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분석하며 성장국가에서 성숙국가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운영하고 있는 ‘국가 안전·안심위원회’가 내세운 3개의 키워드 ‘환경·안전·건강’도 곱씹어봐야 한다.

국정 운영의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기 탈출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기념 스노볼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기념 굿즈 출시 행사에서 공개된 문 대통령 미니어처가 들어간 '스노볼'. 2019.5.9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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