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중견기업 ④] "모난 돌 정 맞을까"…몸 사리는 중견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오수연 기자
입력 2019-05-1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소극적 행보 보이는 중견기업…경제 전반 위축 우려

  • "기업인 기 살려야…정책적 뒷받침 필요"

"사실 요즘은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인터뷰도 가급적 안 하려고요."

익명을 요구한 국내 중견기업 B대표는 '국내 신사업 투자'를 주제로 인터뷰를 해놓고도, 정작 기사화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B대표는 "중소기업 시절에는 어떻게든 매스컴을 많이 타려고 노력했다"며 "막상 중견기업이 되고 나니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중견기업들이 기업 홍보를 꺼리는 것도 모자라 투자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경제 활력을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노동 친화적인 정책 기조로 중견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다른 상황에서 의견을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뿐더러 정부·협력업체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중견기업 대표 H씨는 "공정경제를 기치로 내건 정부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혁신·개혁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조만간 닥칠 일로 인식 돼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성장도 꺼려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앙회장 선거에서도 중견기업 대표들의 '몸 사리기'는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직은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기탁금을 2억원이나 걸어도 5명이 출마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반면,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회장 자리 권유에 다들 손사래를 치는 탓에 강호갑 회장이 정관까지 바꿔가며 3연임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야 사회적 약자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 눈치를 덜 보는 측면이 있지만, 중견기업은 매출이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으로 나서도 얻을 게 많지 않다"며 "수면 아래서 관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투자, 연구개발, 고용 등을 멈추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끊기면서 한국 경제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 기업인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 노출되는 것도 꺼리지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투자하거나 신사업 기회를 만드는 데도 소극적이 돼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중견기업이 마음껏 기업활동을 해 기업을 키우고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투자 활성화와 해외 진출,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