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줍줍' 막는다...투기과열지구 청약 예비당첨자 5배수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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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9-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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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20일 입주자모집공고 단지부터 적용...무순위 청약 폐해 차단 목적

  • 청약 경쟁률 저조, 중도금 대출 규제 여전한 상황서 실효성 의문 제기

 

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 내에 마련된 '방배그랑자이' 모델하우스의 상담석 모습. [사진=노경조 기자]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청약 예비당첨자가 전체 공급물량의 5배수로 늘어난다.

최근 다주택자·현금부자들이 몰려 논란인 무순위 청약제도의 폐해를 막고, 과도하게 발생하는 미계약 공급물량을 사전에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청약시장이 움츠러들어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5배수 예비당첨자를 낼 만큼 청약 신청자를 모으기 쉽지 않은 데다 중도금 대출 규제도 여전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 1·2순위 신청자의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오는 20일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부터 예비당첨자 비율을 총 공급물량의 5배수로 확대한다고 9일 밝혔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 공급물량의 80%(기타 40% 이상)에 해당하는 수를 예비당첨자로 선정하고 있다.

예비당첨자 확대는 별도의 법령 개정 없이 약 2주간의 아파트투유 시스템 개선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조치는 올해 2월부터 온라인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를 통해 진행 중인 무순위 청약제도 실시로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줄임말)'이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아파트 청약 이후 미계약(부적격자나 계약 포기) 물량을 추첨해 당첨자를 선정하기 위한 것으로, 청약통장 유무와 주택 소유 및 가구주 여부와 상관 없이 19세만 넘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잔여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행해지는 모델하우스 앞 밤샘 줄서기, 특혜 시비 등에 휩싸였던 선착순 동·호수 지정을 온라인으로 다듬어 옮겨놓은 것이다.

건설사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 제도로 청약시스템이 공정해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인기 단지의 경우 본 청약보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은 사례가 속출하고, 자금력이 풍부한 현금부자들이 몰려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늘어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청약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계약할 기회를 얻어 계약률도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굳이 5배수로 결정한 데에는 무순위 청약제도 도입 이후 진행된 5곳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5.2대1로 집계됐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위례포레스트 부영'(2.35대1),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2.30대1), '호반써밋 자양'(10.96대1) 등의 단지를 분석했다"며 "부적격자 및 계약 포기자 등을 감안해 예비수요도 공급물량의 5배수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은 물론, 사업주체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사업주체인 건설사들은 크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릴 경우 정당계약 단계에서 100%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져 절차나 비용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갈수록 복잡해지는 청약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는 아닌지부터 위례신도시 같은 경우 지역별 청약순위도 따져봐야 하는 등 구조적으로 미계약분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청약 경쟁률이 애초에 5대1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예비당첨자 배수를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는 '무용론'도 나온다. 실제 직방이 올해 1분기 아파트 분양시장을 분석한 결과, 대표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6대1로 전분기(37.5대1)보다 크게 낮아졌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러다 청약제도가 회계·의학 용어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지겠다"며 "갈수록 청약통장 쓰기를 꺼리고, 신중해지는 상황에서 대출을 막은 채로는 예비당첨자를 아무리 늘려도 무순위 청약에 현금부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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