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넘은 한일관계...무역전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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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5-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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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기업 재산권 강제매각 절차, 한·일 갈등 파국

  • 일본이 제시한 '데드라인' 사실상 넘어…일본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발

  •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타격 불가피…미·중전쟁, 사드보복에 이어 3중고

일본[AP=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 절차에 착수하면서 한·일 갈등이 겉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자산 매각신청이 법원에 접수되자 일본은 즉각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양국 관계가 출구없는 '치킨케임'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과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단은 지난 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과 울산지방법원에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에 대해 매각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번 절차는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의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다.

피해자들이 현금화를 요청한 자산은 신일철주금이 소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 PNR의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와 후지코시 보유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7억6500만원 상당)다. 압류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매각 명령신청서 접수, 자산 감정, 매각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해당기업이 이의를 신청하면 매각의 적법성을 가리기 위한 재판을 다시 해야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법원에 강제매각 절차를 개시한 것은 일본 정부가 제시한 한일 관계의 '데드라인'이다. 그동안 일본은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한·일청구권협정을 무력화하고,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을 강제 집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기업의 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확실하게, 가장 효과적인 관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되는 일본의 상응조치는 보복관세·일본제품 공급 중지·비자발급제한·한국 송금 중지 등 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치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일본 제품의 관세를 올리거나 일본산 핵심 부품을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수입품 대부분이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력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일본부품소재 수입액은 19조7496엔(한화 198조3467억원)으로 5년 전(16조2858엔)에 비해 25%나 늘었다. 반도체, 철강, 정밀화학원료, 자동차부품 등 핵심 원자재 수급이 중단되거나 관세가 인상되면 이를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 하락도 피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일본이 소재, 부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경제 보복조치를 한다면 반도체 소재, 제조장비, 자동차부품 등 한국 주요수출품목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다"며 "미·중 무역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덮치면 한국 경제가 전체가 진짜 휘청 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의 일시 귀국은 '단교'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외교적 대응이다. 만약 강제징용 판결로 일본대사가 본국에 소환된다면 최근 8년 사이에 주한 일본대사 본국 소환만 3번째다. 주한 일본대사 귀국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2017년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놓고 한·일 갈등이 격화됐던 때 각각 발동됐다. 

문제는 한·일 갈등을 풀 뾰족할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최근 '외교청서'에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 동해 표기 등과 관련해 왜곡된 주장을 반복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과 관련해 한국과의 신경전도 진행 중이다. 기업의 재산권 침해도 일본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전국서 접수된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소송 건수는 2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일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끝난 약속을 한국 정부가 뒤집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면서 "재산 강제집행은 일본 정부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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