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中·日 밀월(蜜月), 그들의 속내와 치명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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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4-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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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국의 압박 속에 중국은 절반의 성공, 일본은 실리 외교로 최대수혜자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美·中 무역 전쟁 타결 임박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양국간 무역 갈등은 임시적 봉합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EU와 일본으로 타깃을 바꾸어 무역 전면전을 치를 대세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공세가 더 거칠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재선(再選) 고지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 점쳐진다. 때마침 동북아 지역이 글로벌 뉴스의 상단에 부상하고 있다. 미·일 정상이 4∼6월 중에 세 번이나 만나고, 북한과 러시아는 24∼25일 중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5∼27일은 중국 베이징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150개국(37개국 정상 참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포럼이 개최된다. 시진핑 주석이 ‘차이나 파워’를 다시 대외에 과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여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 정상들도 참석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은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이 와중에 이상할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이 中·日 간의 밀월 관계이다. 작년 11월 7년 만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만난데 이어 오는 6월에 또 만난다. 6월 28∼29일 기간 중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23일 중국의 국제 관함식에 일본의 호위함이 ‘욱일기’를 달고 참석하는 등 전례 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 양국이 처하고 있는 국제 정치적 상황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마땅하다. 과거에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수세에 몰리면 미국의 우방인 일본 혹은 서방 유럽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압박 효과를 반감시키는 한편 가장 효율성이 높은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는 계산법이 작용하고 있다. 유럽과는 ‘일대일로’, 일본과는 경제협력 확대라는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일본의 날렵한 실리외교 행동이다. 중국의 의중을 꿰뚫으면서 경제적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드 문제로 불거진 한국 상품의 중국 시장 내 고전을 일본 상품 혹은 기업의 반사이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차의 중국 공세는 거침이 없다. 중국 내 생산을 늘리고, 매장을 키우며, 지하철 광고 도배 등 무소불위다. 도요타·히타치 등 일본 대기업과 중국 스타트업의 제휴도 눈에 띄게 증가한다. 글로벌 기술혁신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에 적극 편승하기 위함이다. ‘중국 제조 2025’가 프로젝트가 미국의 전면적 공세에 위축이 되면서 원천기술이 풍부한 일본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은 여전히 러시를 이루고 있다. 美·中 무역 분쟁의 최대 수혜자가 일본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일본을 싫어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일본 상품 혹은 관광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이중적 소비 행태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북아 변화의 중재자가 아닌 외톨이로 전락, 더 심각한 것은 커지는 경제적 피해

그러나 이러한 밀월 중에도 양국 간에는 언제든지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치명적 한계가 일시적으로 베일에 가려 있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중국 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열도와 관련한 갈등이 수면 하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은 적이 있고, 이로 인해 수년 간 첨예한 냉각기를 거치기도 했다. 힘에서 일본이 중국에 다소 밀리지만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쟁 구도가 치열하다. 작년 12월 말 일본은 미국이 동참하지 않은 채 11개국이 참여(한국 불참)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출범시켰다. 반면 중국이 주도하고 우리와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 예정인‘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올 12월 말로 출범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판이다. 또한 일본은 미국이 중국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다이아몬드 안보 동맹’에 적극적으로 동참,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서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F-35 설계 기밀’을 일본에만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일 동맹도 파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급변하는 정세 속에 우리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으면 결국 이익에서 배제되고 외톨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 전통적 우방도 우리와 만나는 것을 꺼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 시점에 그리 중요치 않다는 시각을 고수한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대비 하에 그들의 전통적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비비고 들어갈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경제적 피해다.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까지 우리 간판 상품이 중국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90%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세정 물질 불화수소를 두고 일본 정부가 수출 중단 엄포까지 꺼내들었다. 미국은 한국산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 우리 측의 안달에도 불구하고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양다리 외교는 통하지 않는다. 미·일 등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 복원만이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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